기니피그와 이별

 

알람이 멈춤

아침 8시 30분이면 알람이 운다.
일초도 틀리지 않은 정확함에
매번 놀라곤 한다.
한두 번 울고 마는 게 아니라
사랑과 관심을 보여야 멎는
심장 같은 울림이다.

어제는 알람이 울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컨디션이 조금 안 좋겠지 하고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순하고 온화한 아이라 
먹이와 야채를 챙겨주고는
늘 같은 일상을 보냈다.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고 글을 쓰고
좋아하는 드라마도 보고 게임도 즐기고 

0시 10분 그이가 나직하게 전한다. 

숙이가 안 움직인다고...
몸이 너무 차갑다고...
아~~
숨이 안 쉬어진다.
내 몸에서 공기가 빠져나간 느낌...

밤새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미안한 마음에...
조금만 더 잘해줄 걸...
가을에 자연으로 보내주자고 했을 때
그러자고 할 걸...

9년 반이나 함께 했으니
서서히 마음의 준비를 해두어야 한다는 걸
무의식적으로 알고 있었지만...
이별하기엔 너무 시린 계절이다.

네가 머물렀던 그 자리마다
쓸쓸함과 그리움이 꽃을 피우고
네가 좋아하던 상추와 오이를 먹을 때면
울컥해서 못 삼킬지도 모르겠다.
9년 동안 우리에게 기쁨과 행복을
안겨주어서 너무 고마웠어.
부디 그곳에선 외롭지 않기를 바란다.

이제는 매일 아침 8시 30분이면
습관처럼 널 그리워하겠지...
안녕~~

어젯밤에 반려동물 기니피그가
조용히 우리 곁을 떠났습니다.

 

 

우리는 가족이니까

힘들 땐 괜찮은 척 애쓰지 말아요
힘들다고 편하게 말해주면 좋겠어요
우리는 가족이니까

지칠 땐 모든 걸 내려놓아 보아요
잠시라도 내 어깨에 기대어 쉬도록 해요
우리는 가족이니까

슬플 땐 애써 미소 지으려

하지 말아요
미소 속에 어린 그림자가

너무 아파요
우리는 가족이니까

반추하면 아둔하고 존재감 없는
나를 만난다

내가 뛰면 어머 뛸 줄도 아시네
내가 화를 내면
어머 화도 낼 줄 아시네

그런 나에게 멀미가 나기도 한다
그러나 아버지가 유일하게 물려주신
유산이기에 자랑스럽게

생각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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