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와 검은 땡땡이

 

검은 땡땡이 무늬만 보면
중년의 어머니가 생각이 납니다

모두 잠든 밤에 하얀 천 위의
검은 점들과 사투를 벌이며

홀치기를 하시던 어머니의 등이
왜 그리 외로워 보였는지
그때는 몰랐습니다

검은 땡땡이 블라우스를 입을 때면
이유 없이 아렸던 까닭을 몰랐습니다

당신이 떠난 후 그 나이 즈음에서야
아프게 깨닫습니다

배에 가스가 차서 힘드셨지요
환갑이 넘은 연세에 만삭이 된

어머니

죄스러워 고개를 못 드는 자식들에게

너희들만 괜찮으면
나는 언제나 괜찮단다

**대장암 말기로 투병하시다 돌아가셨는데
배에 가스가 차서 힘드셨지요**

 

 

 

어머니
당신의 이름은 왜 그리 서러운지요
남들 앞에선 한 번도 흐트러진
모습을 보인적이 없으셨지요
언제나 당당하셨고
언제나 산 같은 분이 셨지요

어머니
당신의 이름은 왜 그리 아련한지요
우리만 바라보고 우리만을 위해서
아낌없이 주는 나무셨지만

어머니
당신의 마지막은 왜 그리
부초 같으셨는지

고고한 학과 같은 분이셨는데
못난 불효자식 때문에

그리 속절없이 가시니
꿈속에서 뵈어도

고개를 들 수가 없네요
어머니 이 불효를 어찌 씻으오리까

어머니
당신의 이름은 눈물입니다
자식을 위해
헌신했던 삶 자체가

어머니
당신의 이름은 훈장입니다
세월이 흐를수록
더욱더 빛이 나고
우리들 기억 속에서
영원히 살아 숨을 쉽니다

어머니
당신의 이름은 그리움입니다
좋은 일이 생길 땐
더 기뻐하신다는 걸 알기에
슬픈 일이 생길 땐
말없이 다독여주실 걸 믿기에
자랑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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