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이라는 이름으로

바람처럼 예고 없이 다가와
휑하니 가버리는
인연이라도 좋고

강물처럼 유유히
어디론가 흘러가버리는
인연이라도 좋습니다

한 번의 짧은 입맞춤으로
평생을 설레게 하는
봄빛 닮은 고운 인연이라면 더
좋겠습니다

가끔씩 생각나면
생각나는 대로 그리워하며

가끔씩 보고 싶어
가슴 무너지면 무너지는 대로

그냥 그렇게 살겠습니다
인연이라는 이름으로

미끈 6월

포레의 파반느를 들으며
미끈 6월을 맞는다

우아한 선율 속으로
사색의 숲을 거닐며
느리지만 춤을 추듯
첫발을 내딛는다

뜨거운 햇살을 피해서
가끔은 시원한 정자에 앉아
산들바람과 달콤한
마주 보기도 하고

온몸이 땀으로 흥건하도록
일에 빠져서 보내 보는 것도
삶이 주는 희열 이리라

땀 흘린 뒤에 마시는
시원한 냉커피 한 잔의
달달한 여유 또한
소소한 여름의 묘미가 아닐까

미끄러지듯이 무탈하게
6월을 보냈으면 좋겠다

 

 

봄을 타는 남자

식탁 위에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한숨만 내뿜고
새처럼 밥알을
콕콕 쪼아대기만 한다

멍하니 먼 산만 바라보며
하염없이 시선을
거두지 못하는 시간이
조금씩 늘어간다

봄이 제대로 오기도 전에
일찍부터 봄 타는 남자

산수유가 피고 질 때면
조금 나아지려나

벚꽃이 눈처럼 흩날릴 때면
잃었던 미소를 찾을 수 있으려나

지켜보는 여자도
봄은 무지 아프다

아름다운 깊이 순수한 설렘과
거침없는 떨림이 나를 가장 빛나는
한송이 꽃으로 웃게 만들고

기쁨의 우물로 나를 이끕니다
해맑게 우물 속을
그윽하게 들여다봅니다

두레박으로 무엇을 들어
올리게 될지 아름다운 깊이로
다가설 풍경들이
내 삶을 겸허한 들판으로

이끌어주기를
 
잔잔하게 너울대며
누군가에게 사람다움의
 
친숙한 온기로
전해주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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