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도 남자 


우리 그이는 전형적인
점잖고 느림의 미학에
익숙해져 있는 사람

처음엔 답답하게
느껴질 때도 있었지

지금은 여유와 배려심으로
다가온다

우리 그이는 아기자기하고
가슴 따스한 사람

동물 애호 가이며 화초 가꾸기를
좋아한다

이년생 금붕어 여섯 마리
오 년생 기니피그 영숙이
행복나무 화이트 벤자민

애기 사과나무 기타 등등

눈만 뜨면 그 애들이랑
아침 인사하기 바쁜 사람

참으로 여러 해 동안
나만의 울타리 안에 가둬두었던
생각의 빗장을

마음의 준비 없이 열어서일까
자극을 주어야만 반응을 보이는
신경초가 된 걸까

몸이 감전된 기분이다
생각의 과부하

익숙한 습관처럼 생각의 고리를
잠시 잠그고 뚜벅뚜벅 시간을 죽인다

맴돌다간 계절이
아쉽고 안타까워라

조금만 더 빛나게 조금만 더 영글게
내 시간으로 만들 것을

그저 시간아 흘러라 노래했으니
언제까지나 이팔청춘인 줄
알았더냐

팔자 탓하며 운명 탓하며
살기엔 너무 아까운 시간인걸

이제야 깨달으니 지금에라도
깨달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얼마나 감사한 인생인가

 

 

꿈을 안고 사는 사람들

대망의 꿈을 안고
전 세계의 젊은 청춘들이
빙상 위에 은빛 나래를 펼친다

오직 한 길만 바라보며
흘렸던 값진 구슬땀이
영광의 트로피로 빛날 때

감동의 희열은
무엇으로도 바꿀 수 없으리라

꿈을 안고 사는 사람은
늘 심장이 뛰는 사람이다

꿈은 살아 있는
사람의 특권이 아닐까

품었던 꿈을 이루었을 땐
또 다른 꿈을 향해서
꿈틀거리며 살고 싶다

꽃은 바라보는 사람마저도
꽃이 되게 한다

애써 꾸미지 않아도
그대로의 모습만으로도

누구에게나 미소 짓게 하는
사랑스러운 꽃처럼
그런 행복을 전하는
고운 사람이 되고 싶어 진다

꽃은 외로운 사람에겐
은은한 향기가 되어
잔잔히 다가선다

그 순간엔 스스로도
향내 나는 사람이라는
기분 좋은 착각에 빠져들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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