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맺어준 인연

 

청실홍실로 엮어진 우리는
하늘이 맺어준 인연 부부가 금슬이
좋으면 서로 닮아간다는데

우리는 처음부터 오누이처럼

닮은꼴 어느 날 문득

그에게서 나를 본다

내가 잘 쓰는 말투 익숙한 습관들
어느 날 문득

내 안에서 그를 본다

물이 흐르면 흐르는 대로

바람 불면
부는 대로 그냥 그렇게

맡겨 버린다

서로 다른 우리가 만나

이렇게 저렇게
행복 바이러스 중독이 된다


한 번쯤
한 번쯤 누군가를 그리워하며

온밤을
하얗게 지새운 적 있나요

한 번쯤 누군가의 집 앞에서

보리수가
되어본 적 있나요

한 번쯤 누군가에게 부치지도

못하는 편지를 썼다 지웠다

한 적 있나요

한 번쯤 누군가와 10년 후 첫눈
오는 날 남산 타워에서

만나기로 한적은 있나요

한 번쯤 누군가를 마지막

눈감기 전에
꼭 봐야 안심하고 눈감을 것 같은
사람은 있나요
그런 사람을 한 번쯤

생각해 봅니다

 

 

 

시매부님 집 신발장 위에 핑크빛
고운 미소로 반겨주던 활짝 핀
개발 선인장들과 순한 기린을 닮은
가시를 품고 피어나 따스한 창가에
자리한 꽃 기린의

우아함과 강인함이
고난의 깊이를 깨닫게 했습니다

낚시터에서 직접 낚아온 커다란
도미를 손수 회를 떠서 내주셨던
둘째 시매부님의 정성이 느껴지는
도미 회의 담백하고

부드러운 감칠맛이
지금도 혀 끝을 맴돕니다

둘째 형님이 챙겨준 땅콩을 볶아
먹으면서 입 안 가득

번지는 고소함이
오후를 행복하게 합니다

눈꺼풀이 무거운 아침이면
스르르 최면을 건다.

오늘도 무사히 저물길 출근길에
장난스레 입을 맞추고는 빙

그레 웃는 그이의 미소가

잠깐이지만 더위를
날린다.

헉헉 거리는 시간 속에서 쓰라린
언어가 빚어낸 보랏빛 맥문동이

너무 신비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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