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 끝사랑

첫사랑은 만우절의
하얀 거짓말처럼 왔다가
여름날의 소나기처럼
순식간에 사라졌다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사람과
두 해 동안 이어진 매일매일의
편지는 스무 해의 내일 상의
전부가 되었다

매일 우체부 아저씨를
기다리는 재미로 살았고
빨간 우체통만 봐도
가슴이 뛰었다

지금도 그때 많이 듣던
죠지 윈스턴 연주를 들으면
먹먹해질 때가 있다

서로가 환상만 꿈꾸었기에
우리의 첫사랑은 결실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순수함이 부담스럽다는
그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첫사랑은 그렇게 홀연히
호주로 떠나버렸다
한여름밤의 꿈처럼
그래도 그 시절이 너무 예뻤다

 

 


첫눈에 불꽃이 튀어야만 사랑이라고
말하는 이도 있다

이유 없이 끌리는 느낌을 사랑이라고
말하는 이도 있다

살아가면 갈수록 더 오래 함께 하고
싶어 지는 마음

먼저 떠나면 혼자 남아
외롭고 쓸쓸할 그 사람을 생각하면
차마 눈을 감을 수 없을 것 같은 게
끝사랑이 아닌가 한다

말에도 향기가 있다
같은 말을 해도 듣기 좋고
기분 좋고 인품까지 느껴지는
언어는 마술사

진정성이 안 느껴지는 아부성
발언이나 입술 발림소리도
때로는 인생의 처세술

한번 토해내면 다시 담을 수
없는 게 말이기도 하다

언어의 미화에 빠지지 말자
이제는 말이든 뭐든 책임져야 할
나이니까 뭐든 신중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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