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될수록 좋은 건 사랑뿐
낡을수록 좋은 것은 사랑뿐
내 삶이 잃어버린 것 중에서
가장 오래도록 빛나는 너
길의 끝에서 길의 일부가
되어버린 나의 눈시울은
어머니를 닮은 비가 된다
산에 가면 나는 좋더라
바다에 가면 나는 좋더라
님하고 가면 더 좋더라
기다림도 지치면 노여움이 될까
그리움도 지치면 서러움이 될까
하늘이 우물 속같이 어둡다
하루가 가니 일주일이 가고
한 달이 가니 일 년이 간다
한 계절이 끝을 치다르니
또 다른 계절이
시작을 준비한다
인생은 다람쥐 쳇바퀴
도는 거 무상하다 하면
그렇다 하고 유상하다 하면
또 그렇다 하리
내일의 태양이 떠오를 땐
오늘보다는 좀 더 여유롭고
넉넉한 사람이고 싶다
햇살이 너무나 고운
겨울 아침에 생각합니다
이해하자고 하면
이해 못할 것도 없고
봐주자고 하면
못 봐줄 것도 없다고
시니컬한 야유를 퍼붓는
리스트를 들으며
잠시 나를 내려놓습니다
가끔은 변덕스럽고
가끔은 괴팍하기도 하고
가끔은 지독하게 고집스러운
남루한 사람이지만
자신을 돌아볼 줄도 아는
자신을 질타할 줄도 아는
사람이니 얼마나 다행스러운가
시월의 마지막 즈음이면
생각나는 친구가 있다
짝사랑의 열병을
심하게 앓더니
어느 날 라이브 카페에서
시월의 마지막 밤에
마지막으로 보자고 해놓고는
바람을 맞힌 친구
몇십 년도 지난 지금도
왜 안 나왔을까
마지막이 이렇게 영원히
기억되길 바래서일까
그 친구도 생각하겠지
그 시절 그 약속을
그러고 보니 세월이
속절없이도 많이 흘렀구나
그 친구도 어디선가
평범한 삶을 살아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