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노을
붉은 울음을 토해내며
또 하루가 저물고
그 저문 시간들 위로
윤이나는 세월의 무늬
그 뒤안길로 쌓여가는
등 시린 외로움
때로는 보내는 것이
맞이하는 것보다
이다지도 어려운 일인가
우울과 슬픔이 다르듯
살아가는 거랑 살아내는 거랑
이렇게 다른 건가
그 시절의 강가를 걸을 때면
지금도 나는 마음 풀 뜨는
강물에 눈이 시려온다
부서진 꿈들 시간의 무늬
나 잠시 빈집을 감도는
적막에 몸을 주네
얼어붙은 호수는 아무것도
비추지 않는다
네 이름을 부르는 일이 그러한가
어제를 동여맨 편지
얼굴을 가리고 박혀있다
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
까맣게 몰랐다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
당신을 부르는 내 목소리
키 큰 미루나무 사이로
잎잎이 춤을 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