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처럼

 

 

세상에서 처음으로 나보다 더
맑은 사람을 만났습니다

그 맑음이 그 선함이 남의
선물을 몰래 훔칠 것 같은
느낌마저 들게 합니다

세상에서 처음으로 자신보다 더
나를 소중하게 아껴주는 사름을
만났습니다

따스하게 지켜봐 주는 그 눈빛
그 마음빛 만으로도 더불어
있으면 여왕이라도 된 듯합니다

내가 염려하는 건 당신이 나를
좋아한다는 사실입니다
먼 후일 그 마음 그 깊이만큼
상처 받을까 염려됩니다

 

 


사랑은 잡힘도 아니고
녹아둠도 아니다
잡아둔다고 해서 잡힐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녹아둠이 진정한 잡음 일일지도
모르건만 사랑은 잠고 또
잡으려고 애쓴다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거치고도
사랑의 번민은 여전하다
사랑이 싹트기 시작하면
자연스럽게 싹트는 것도
소유욕인가 보다
소유하고 싶어 하는 것도
소유당하고 싶어 하는 것도
사랑의 얼굴 이리라

 

 

이젠 매일매일 내일 상의
한 페이지가 될 버스를 타면서
보도 위를 뒹구는 노란 은행잎의
그 부서짐도 어둠을 가르는
버스 불빛의 나른함도
오늘만큼은 기쁨으로 다가옵니다.

 

앞으로 얼마가 될진 모르지만
남들이 깨어있을 때 난 잠들어
있어야 하고 잠들어 있을 땐
깨어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
내겐 이상하게도
기분 좋은 일입니다.

 

낯선 일터 낯선 사람들
그런 것들도 신선함을
가져다줍니다.
신이 내게 주신 생일선물 같은
느낌의 일자리
무언가 일을 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히
생각하면서 시작하렵니다.
이젠 내게서 일어나는
사소한 일까지도 나보다 더
감동하는 당신이 내 곁에
있어서 참으로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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