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집을 나서면서
가슴을 웅크리고
옷깃을 여미는
나를 만납니다

춥다는 소리가
아침저녁으로 자연스레
입에서 나오는 걸 보고
나 자신도 소스라쳐 놀랍니다

올겨울은 어찌 날까
벌써 걱정을 합니다

늦가을은 아직도
잘 버티고 있는데

무슨 섣부른 염려일까?
늦가을 보기에 민망해져
피식 웃고 맙니다

계절은 맘껏 깊어가고
내 맘도 덩달아 깊어집니다.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 데는
특별한 이유는 없는 것 같다

그냥 이유 없이 좋아지는 게
진정한 호감인 것 같다

만나면 만날수록
더 좋아지는 사람과의 만남은
언제나 기쁨이고 설렘이다

진실한 마음으로
주고받는 대화는
서로에게 돈독한 정으로
쌓여갈 수밖에 없다

하나를 받았으니
하나를 준다는 식의
계산적인 마음은
열렸던 마음마저 닫히게 한다

좋아하는 마음은
조건이 없어야 한다.

 

작별하기에 좋은 날
그래서 아름다운 날

구차한 변명이나
궁색한 핑곗거리가
필요치 않다는 사실
그래서 눈물나게 쓸쓸한날

라디오엔 어김잆이
잊혀진 계절이 흐르고

이날의 습관처럼
이 곡을 듣지 않으면 허전하다

매년 이맘때면
늘 같은 빛깔과 무게로

가슴한켠을 시리고
허전하게 만든다.

 

10월의 끝에서
11월을 응시한다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사람들에겐 누구나
한가지씩은 남들보다
특출하게 뛰어난 부분을
갖고 태어나는 것 같다

천부적인 것일 수도 있고
후천적인 노력에 의해
이루어진 것일 수도 있다

절대음감을 갖고
태어난 사람은
얼마나 축복받은 사람인가?

우리는 그런 축복은
받지는 못했더라도

어떤 일을 했을 때
가장 가슴이 뜨거워졌던가

어떤 일을 했을 때
가장 행복했었던가
생각해 보자

행복은 그리 멀리 있지는 않다
나의 손끝에 있는지도.


한 번만 더 생각하면
누구나 배려심 많은
사람이 될 텐데
한번이 어렵다

잘못을 저질렀더라도
한 번만 더 생각하면
후회하고 각성할
시간은 충분할 텐데
한번이 어렵다

남이 나한테 홀대하면
서운해하고 아파한다

한 번만 더 생각하면
나도 마찬가지였다는 걸
깨닫게 될 텐데
한번이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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