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을이

은행잎은 노랗게
잔털 벚나무는 빨갛게
물을 어가는 거리에 나서면
어느 틈에 우리도 곱게
단풍 들어가는 소리 들린다

함께라는 이유로
서걱 임도 팔랑 거림도
괜찮은 거라고 견딜만한 거라고
그렇게 말하게 한다
이 가을이

 

가을여인

가을에 마시는 커피는
너무 향기롭습니다

고운 향기가 마시고 나면
나에게로 전해집니다

어느새 나는 향기 나는
가을여인이 됩니다

가을에 듣는 음악은
너무 분위기 있습니다

눈을 감고 감상하노라면
맑은 호숫가의 푸르른
나뭇잎들이 살랑살랑 춤을
추기도 합니다

들꽃들이 만발한 들판에
하얀 나비가 되어
훨훨 날기도 합니다

어느새 나는 아름다운
자연과 함께 노니는
분위기 있는 가을여인이

됩니다.

사람을 사랑하는 일보다
미워하는 일이 더 힘들다

자기 자신을 망가뜨리고
난도질하는 일이기도 하기에

되도록이면 이해하려고
되도록이면 참아보려고

애쓰고 또 노력했는데
이제는 그러고 싶지가 않다

이렇게 근사한 계절에
이런 사소한 감정을 소비하며
지쳐가는 마음을 다독여야 하나

별거 아니라고 웃어넘길 걸
괜히 속을 보였나 싶은 게
후회스럽고 부끄럽다

더불어 산다는 건
영원히 풀리지 않는
인생의 어려운 숙제다

늘 아프다고 합니다
나보다 덜 아픈 것 같은데도
할 말을 잃습니다

늘 괴롭다고 합니다
나보다 덜 괴로운 것 같은데도
할 말을 잃습니다

늘 괜찮은 척을 합니다
남들이 보기엔
힘들어 보이는데도
할 말을 잃습니다

늘 강한 척을 합니다
남들이 보기엔
여리디 여린데
할 말을 잃습니다

11 월아 반가워
그대랑 손 맞잡고

지는 계절과
다가오는 계절을
근사하게 꾸며보고 싶구려

가을의 끝자락을 펼치는
흐드러진 낙엽은

스산한 바람 때문이 아니라
낙엽이기 때문이라오

낙엽은 고운 빛깔이든
설익은 빛깔이든

다가오는 느낌이나
보이는 느낌은
별반 차이가 없는 것 같소

깊은 숲 속 어느 벤치에 앉아
떨어지는 낙엽과
흩날리는 낙엽을 만나
할 말을 잃어간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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