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작은 코스모스 

 

키작은 하얀 코스모스가
날 보고 하얗게 웃네

단발머리에 하얀 교복을
입은 금이가 날 보고
서럽게 웃네

하굣길에 가위 바위 보
하며 코스모스 잎 튕기는
두 소녀가 보이네

코스모스가 흐드러지게 핀
가로수길엔 두 소녀의
재잘거리는 소리가 울리네

가을 하늘엔 두 소녀의
깔깔거리는 웃음소리가
퍼지네

코스모스는 그대로인데
금이는 어디로 가고
이 땅엔 나만 뎅그러니
남아 있네.

 


해바라기도 지치는 한나절
호박넝쿨은 지붕을 타고
풍선초는 벽을 타고
창문을 타고

위로 위로 올라간다
끝없이 올라간다

어디를 향해 가는지
어디까지 가려는 건지

누구를 위한 바라긴지
지칠 줄을 모르는구나

나도 당신을 향하여
사랑바라기를 하며
그리움의 넝쿨을 친다

당신이 내 맘 몰라준다고
당신이 예전 같지 않다고
나만 바라기 안 한다고
이제는 투정 안 부리렵니다

회색 바람이 분다
바쁜 주말을 보낸 탓에
월요병을 앓는다

박하사탕을 입에 쏙 넣으니
입안에서 파도소리가 난다

그리움 같기도 하고
바이러스 같기도 하다

달달하니 기분이 좋아진다
비가 온다더니 언제쯤 올까

우산 쓸 준비하고 있는데
비 감상하고 싶어 지는데

비는 안 오고
세상을 우울톤으로
채색만 해놓았다

화단에 꽃들도
비를 기다리며
고개를 이쪽저쪽 살피며
꽃바람을 일으킨다

유년시절 함께 했던 사람들
시간을 훌쩍 넘어
하나둘씩 다시 스치니
느낌이 남다르다

본바탕을 이루는 인성은
여전한듯한데
세월의 흔적이 여러 갈래의
무늬로 아로새겨져 있다

한번 보고 나면
아무 느낌 없이
그냥 그대로

추억 속의 사람으로
묻히는 사람도 있다

예전에 좋았던 느낌 그대로
변함없이 계속 이어지는
사람을 만나면 살맛 난다

인생은 누구에게나
좋은 기억만 주곤
살 수 없다

우연히 스치더라도
고개 돌리고 싶은 인연은
만들지 말아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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