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기

따스한 구들장에
시린 마음과 지친 육신을
쭈욱 펼친다

온몸에 전해져 오는
훈훈한 온기에
모든 욕심이 사라지고
잔잔한 평화로움에 젖는다

누군가 곁에만
있어 주어도
위로가 되는 계절

고운 손길 하나
이웃에게 건네며

함께 따스하게
정 나누며

시린 가슴 다독여주며
사람 냄새 풍기며 살고 싶다

 

기와지붕에는
눈이 소복소복

처마 밑에는
고드름 가족들이

햇살이 너무 고와서
서럽다고 온몸으로
눈물을 뚝뚝

마당가에는 장미꽃들이
조화처럼 말라서도
욕망을 벗어나질 못하는가

사과나무에는 벌써
가지마다 빨갛게

물이 올라 금방이라도
새순이 톡톡 터질 것 같다

겨울은 차분히
떠날 준비를 하고

또 다른 계절은
말없이 비상을 꿈꾸는 가

사 노라면

사노라면 마음이
허공에 매달려

바람의 노예가 되는
그런 날도 있으리라

언제나 행복하기만을
바라는 건 욕심이겠지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것에도 어느 순간은

녹아들 수 있는 게
뜨거운 심장인 것이다

온 세상이 하얗게
순백의 정결한

마음이 되어
깡충거릴 때에도

어느 가슴은
순백의 아픔이 되어
무너지기도 하는 것이다

따스한 날

창문을 열어도 좋을
적당히 상쾌한 바람과
보드라운 햇살이

사랑하는 사람의
포근한 품 같은
아늑함을 부여한다

따뜻한 목티를 입고
바람막이 재킷을 걸치고

앙상한 가지만 남은
벚나무 가로수 길을 걷는데
자꾸만 부끄러운 생각이 든다

몇 겹으로 껴입은 나 자신이
벚나무보다 더 벌거벗은 것 같은
이 느낌은 뭘까

 

물을 주는 날

행복나무에 물을 주는 날은
행복이 찰랑찰랑
악수를 건네고

소나무에 물을 주는 날은
늘 푸름이 솔솔
가슴을 흔듭니다

조그맣고 소박한
호야에 물을 주는 날은
고독한 사랑의 결실을 꿈꾸게 되고

햇살 좋은 곳에 자리를 잡은
난에 물을 주는 날은
마음이 정갈해지는 느낌입니다

금전수에 물을 주는
한 달에 한 번쯤은
욕심도 부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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