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다는건 뭘까


산다는 건 뭘까 가끔
생각합니다.
요즘은 언니를 챙겨주면서
그런 생각을 합니다
내가 며칠이나 이렇게
챙겨줄 수 있을까
아침마다 일찍 새로 나온
교차로를 챙겨 오면서
구인란을 눈이 뚫어져라
훑어가면서 어떤 곳이
나랑 인연이 닿아서
잠시 일지 오래 일지
머물게 될까

12월 달랑 한 장 남은
달력을 보면서
참 여러 갈래의 맘을
가져봅니다
이젠 정말 꿈같은
불혹이 되는구나

당신에게 전화하는 것도
이젠 습관 같은 게
되어버렸나 봅니다
지금쯤 뭘 할까 하는
생각들도 습관처럼
가끔은 살아간다는 게
무서워질 때가 있다가도
당신과 통화하고 나면
맘이 편안해집니다

이젠 매일 내일 상의
한 페이지가 될 55번
버스를 타면서 보도 위를
뒹구는 노란 은행잎의
그 부서짐도 어둠을 가르는
버스 불빛의 나른함도
오늘만큼은 기쁨으로
다가옵니다.

앞으로 얼마가 될진
모르지만 남들이 깨어있을 때
난 잠들어 있어야 하고
잠들어 있을 땐 깨어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
내겐 이상하게도
기분 좋은 일입니다

낯선 일터 낯선 사람들
그런 것들도 신선함을
가져다줍니다 신이 내게
주신 생일선물 같은 느낌
의 일자리
무언가 일을 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히
생각하면서 시작하렵니다
이젠 내게서 일어나는
사소한 일까지도 나보다 더
감동하는 당신이 내 곁에
있어서 다행입니다.

첫 출근 기쁜 맘으로 잘하고
내일 또 보고할게요
오늘은 짧게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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