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꽃

흰 눈이 하얗게 내리는 날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꽃으로 다시 피어난다

늘 누군가를
빛나게 해 주던
그림자 같던 나무들도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던
소박한 들풀들도

삶의 상념과 애환으로
그득한 사람들의 마음에도

신의 축복이 임하셔서
모두가 천사가 된다

난로의 훈훈한 열기로
습기 가득한 창 밖은
스산하지만 따스하다

겨울 풍경은 멀리서
바라보기엔 아름답다고
말할 수 있지만
문 열고 나서면 인내가
필요한 기쁨이 기다린다

그냥 얻어지는 기쁨보다
더 의미 있고 값지다

누군가의 따스한 체온으로도
시린 가슴을 데울 수 있는
계절이라서 혼자보단
함께여서 다행이다

살아가는 일

따스한 겨울 햇살 받으며
편안해 보이는
소나무의 휴식이
낯설게 다가온다

살아가는 일은
늘 평화롭지도
늘 절망스럽지도 않다

그렇기에 감사하게 되고
기대하게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피할 수 있다면
불행은 피하고 싶지만
피할 수 없다면
부딪히고 아파도 하며
살아가는 게 인생의
묘미가 아닐까

허술한 나

단단했던 어제의 나와는
한 끗 차이로 달라진
허술한 나를 만난다

현실은 슬프지만
이성은 인정한다

생각과는 다른 언어들이
불쑥 튀어나올 때

핸드폰을 집에 두고
출근을 하고는
뒤늦게야 깨달을 때

자신이 너무 낯설다
언젠가는 이것도 익숙해
지겠지

나이 들어간다는 건 많은 걸
놓아버리게 한다

잘 늙어가고 싶은데
이것마저 희망사항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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