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추위에 비하면
지금은 아무것도 아닌 듯
싶다
대설인데도 곳에 따라
영상의 기온으로 눈은
구경도 못할 지경이다

소한에는 꿔서라도
한파를 보여준다는데

대한이 소한 집에 와
얼어 죽는 게 아니라

겨우 이 정도 추위로
감히 나를 초대했냐며
실망하고 돌아갈 판이다

한파가 무언지 보여줄 테니
기다리라며 얼음장을
놓고 가 버린다

겨울엔 겨울답게 추워야
여름엔 여름답게 더워야

삼라만상이 순리대로
잘 돌아간다는데

겨울도 시시하게 춥고
여름도 시시하게 더우니

계절의 리듬도 깨어지고
우리들의 신체리듬도
깨어진다

살아갈수록

살아갈수록 삶이
쉬운 일이 아님을 안다

실패와 좌절의
고통과 쓴맛을 알기에

두려운 것이다
넘어지기도 전에

사랑할수록 사랑이
어려운 일임을 안다

너무 가벼우면
날아가 버릴까 두렵고

너무 무거우면
가라앉아 버릴까 두렵다

두려워도 살아지고
어려워도 사랑하게 됨이
인생인 것이다



우리 것

맑고 우아하면서
한이 서려있는
가야금 소리를 들으며

물을 푸르게 한다는
단단함을 닮고 싶은
물푸레나무 숲을 거닌다

천천히 나직하게
우리 것은 낯설지만
이유 없이 익숙하다

나이 들면서 어느 날
친근해지는 게 있다

트로트처럼 국악처럼
속뜻을 몰라도

어깨가 얼쑤 하고
들썩들썩 해지는

편안함이 좋다
이제는 지금은

 

너나들이하는 벗이
그리워 먼산바라기
하노라

벗을 만나는 일도
님을 만나는 일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로구나
소중한 일이로구나

연분홍빛 꽃잎
하나하나 펼치다 보면

그리움도 물거품 되기 전에
꾹꾹 눌러 놓다 보면

만나는 날 쉬이 오리라

얼굴을 마주하며 바라보아야
만나는 것은 아니다

그리워하는 이 순간도
만나고 있는 것이다

늘 벗을 그리워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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