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치한 상처

병원에 가면
가슴이 콩닥콩닥

병을 고치는 곳이지만
크레졸 냄새를 맡으면
가슴이 답답해진다

병원만 오면
누구나 겁쟁이가 되나 보다

대기실에서 대기하면서
자꾸만 불안해진다

대수롭지 않게 방치한
살짝 다친 손가락이

애정을 호소하는 듯
염증이 생겨버렸다

참을성이 많은 건지
미련한 건지

이제는 정말 나 자신을
아껴가며 사랑하며
살아야 할 시기인 것 같다


어둠이 찾아든 거리엔
가로등 불빛 아래
뒹구는 낙엽들과

처절하게 애쓰는
몇 개의 이파리들이

대롱대롱 나무에
매달려 있다

떨어진 잎새들도
발이 안 떨어져
나무 주위를 맴돌고

연한 바람만 불어도
금세 떨어져 버릴 듯한

힘겨운 잎새들도
눈물을 떨군다

이별이 슬퍼서
머잖아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세월은 말하리라

꽃이 스스로 잘났다고
뽐냄은 착각 이리라

누군가 빛나기 위해선
주위의 말없는 희생과

따스한 양보가
있었다는 것을
세월은 말하리라

혼자 잘난 척한들
누가 보아주리오

더불어 함께 조화로울 때
완전한 아름다움이 아닐까

내가 희생함이
누군가를 빛나게 하는

이유가 된다면
기꺼이 그리하리라

그렇게 서로서로 양보하며
사는 게 인생이겠지

친구의 친구

친구의 친구라는
쉽지 않은 인연으로
이 땅에서 만났습니다

하루를 만나든
평생을 만나든

좋은 인연이 된다는 것은
참으로 소중한 일입니다

겨울에 태어난 사람
첫눈처럼 순백한 영혼으로

더럽혀진 세상을
정화시키러 온 천사일까요

눈물 나게 착한 사람이라서
마음 다치는 일도 있겠지만

나보다 더 선한 사람과
함께 동행할 수 있는
세상은 아름답습니다.

꿈길을 걷는 시간

꿈길을 걷는 시간은
꽃잎에 날개를 달고
두루 평화롭다

꿈이 그대로
삶이 될 수는 없겠지

흐트러진 책들과
질서 없는 일상을 본다

평범한 시간 속에서
특별한 떨림을 바란다는 건

열어 볼 수 없는
마음 하나 품고
살아가는 일일 지도 모르겠다

얼마나 세월이 흘러야
마음껏 펼쳐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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