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장 남은 달력이
바람에 흔들린다

달력을 잡으니
가슴이 휑해진다

겨울은 철저히 고독해지는
계절일지도 모르겠다

12월의 하얀 커튼을 제치며
차분하게 고운 흔적
하나 찍는다

온전한 평화가
이루어지길 바라보며

내가 걸어온 한 해를
반추하며 보듬고 싶고

별 탈 없이 살아와줘서
고맙다고 스스로를 토닥이면서
12월을 보내련다

 

햇살이 기분 좋게
따스하고 곱네요

젖은 행주도 걸레도
고무장갑도 오랜만에
자연 소독을 시키네요

습기 찬 마음들도
빨랫줄에 널어보세요
잠시라도 뽀송뽀송해지려나

감기 바이러스도 환한 햇살
앞에선 행복바이러스로
바뀌네요

겨울 햇살은 기쁨과 여유로움을
안겨다 주는 참으로 고맙고
포근한 존재인 것 같아요

진돗개 부녀도 볕이
좋은 쪽에 드러누워
여유롭게 낮잠을 즐기네요

 

자연은 꽃의 아름다움과
열매의 풍성함을 준다

비바람이 불면 부는 대로
눈보라가 몰아치면 치는 대로

자연은 순리대로 사는
섭리를 일깨워 준다

꽃이 지고 열매도 익고
이파리마저 다 지고 없어도

자연은 제자리 지키며
홀로서기를 한다

자연은 우리에게 이렇듯
많은 아름다움의 신비와
조락의 의미를 깨우치며

가야 할 때는 미련 없이
초라해지기 전에 가야 함을
행함으로 가르친다

 별 탈 없이 앞만 보고
탄탄대로를 달려왔다면

아마도 따뜻함이란
전혀 없는 교만 덩어리

냉혈한이 되어
자기 잘난 맛에
살았을지도 모르겠다

살아오면서 넘어지고
부서지고 너무 아파서
못 일어설 뻔도 했다

그런 아픔이 있었기에
나보다 더 아픈 사람을 보면
위로해줄 수 있는 여유로움과
따사로움이 생기지 않았을까

지금 와서 생각하니
아픔에도 깊은 이유와
숨은 뜻이 있음을

거듭나게 기회를 주신
신께 한해의 끝에서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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