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은 좋으나 바람은
쌀쌀한 초겨울 아침에
누리는 익숙하지 않은
여유를 감사히 즐긴다

같이 출근길에 나섰던
그 시간에 그이를 배웅하고

세탁기 돌아가는 소리가
이상스레 따뜻하다

화창한 날씨에 듣는
장사익의 봄비가 계절과
맞지 않은 듯 하지만
절절함이 나를 울려서인가

가슴으로 전하는 노래를
가슴으로 듣는 묘미
허스키한듯 하면서도
구수한 목소리와
절절한 울림과 열정과
진지함으로 아름다운 

봄결같은 

높푸른 보리수를
만나고 싶어 지게 한다

찬바람은 옷깃을 여미게
하고 먼산엔 희끗한 안개
서리꽃이 피어있다

 

어젯밤에 듣다가
잠들었던 템페스트가
나의 뇌리에 폭풍 친다

저변에 깔려있는 극적인
긴장감을 주는 음악처럼

화산 같은 행복이 찾아오는
하루이길 염원해본다

매일매일이 맑음 지수가
상승곡선이면 좋겠지만
그것도 욕심 이리라

오늘은 신체리듬 지수가
그리 좋지는 않지만
감성지수로 버티어 보련다

오늘아 하루도 이쁘게
당당히 걸어보자

같은 곳을 바라보더라도
사람들마다 느낌도
감동도 다르다

어떤 이는 좋은 면을
먼저 보고 무엇이든
아름답게 표현하고

어떤 이는 나쁜 면을
먼저 보고 무엇이든
추하게만 표현한다

좋은 생각과 아름다운걸
아름답게 표현할 수 있는
심미안을 가진 사람은

누구든 곁에 두고 싶어 하는
아침햇살 같은 사람이다

나쁜 생각과 비뚤어진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은

자기 자신도 피곤할 뿐
아니라 누구든 곁에
있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다

이삭 줍는 참새떼들의
요란한 날갯짓 소리에
11월이 눈을 뜨면
휑한 그림자 하나
고독의 늪에 빠진다

서늘한 등 뒤로
인생의 쓸쓸함이
살짝 드리우면
설익은 초록 단풍도
찬바람에 밟힌다

마지막 주가 괜시레
부담스럽게 다가온다
이번 주 가 지나고 나면
올해도 한 장 만을
남겨놓게 된다

뒤돌아볼 겨를도 없이
달려와 이제야 돌아보니
후회 투성의 삶 만이
어설픈 그림자로
남아있는 것 같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