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팔 끓인 물에 녹차 티백을
하나 쏙 넣으면

찻잔에 스르르 번지는 초록이
너무 이쁘다

손바닥에 전해지는
찻잔의 따스함을 느끼며
한 모금 입 안에 넣으면

자연을 마시는 듯한
싱그러움과 건강해지는
밝은 느낌이

깔끔한 뒷맛과 함께
녹차의 매력에 빠지게 하고
하루를 상쾌하게 만든다

영원한 내님이라고
여기고 보듬었건만

이렇게 쉽게 우리가
남이 아닌 남이 되다니

세상엔 정말 영원한 건
없는 겁니까

창문을 두드리고
내 맘도 두드리는

빗방울도 말없이
내 맘처럼 울어줍니다

가로수 잎을 흔들고
내 맘도 흔드는

산들바람도 말없이
내 맘처럼 속절없이
이리저리 뒤척입니다

 

 

분꽃이 잠에서 깨어나
꽃잎을 펼치며

소심하게 마음을 전하는
오후 그 시각이 되면
자연스레 집을 나선다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것 같은 하늘 아래

어느 틈엔가 웃자란
보랏빛 맥문동이

너무 이뻐서

마음속에 저장시키려고
플래시를 터트린다

늘 이맘 때면 찾아주는 그 맘이
너무 고맙다

하늘도 맑아라 마음도 맑아라
뭉게구름 두둥실 어디든 따라가고파

바람 한점 없는
따가운 햇살 아래에서도

그리움을 접지 못하고
이쁘게 꽃 피우는 달맞이꽃의
간절함처럼

기쁨의 세포들이 살아 숨쉰다는
경이로운 사실이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계절의 심지를 잃어가는 여름은
찬란했던 지난날을 이제는
추억이라고 말하고 있다

아름다웠던 날들만 고운 흔적이
되는 건 아님을 아팠던 순간만큼
힘겨웠던 순간만큼
지나고 보면 기억도

깊어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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