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월엔 백일홍이 내게로 왔습니다

백일홍이 백일기도를
곱게 꿈꾸는 칠월이
내게로 왔습니다

견우직녀의 애틋한 사랑의
오작교가 보이는 칠월이
내게로 왔습니다

청포도 알알이
축복으로 영글어가는 칠월이
내게로 왔습니다

쪽빛 바다의 넘실거림이
가슴을 뛰게 하는 칠월이
내게로 왔습니다

정수리를 쪼개는
이글거리는 태양의 정열이
감당하기에 벅차지만

욕심부리지 않고
내가 감당할 수 있을 만큼만
포용하며 칠월을 안으렵니다

 


방문을 활짝 여니
싱그러운 아침 바람이

반갑게 포옹하고
방안 가득 들어와서는

밤새 누군가를 위해
뜨겁게 봉사한 선풍기와

지친 여름날을
잠시라도 쉬게 한다

오늘은 또 태양이
얼마나 자신감을 보여줄까

오늘은 또 몇 방울의
땀방울을 흘리며

인생의 짠맛을 맛보아야 할까

 


포도

방금 샤워한 포도가
빙그레 웃는다

너무 이뻐서 달콤한 유혹에
스르르 넘어간다

한 알 똑 따서 입에 넣고
살짝 깨물면 달콤 시큼함이
입 안 가득 번지며

손톱에 포도 물이
까맣게 배어들도록 자꾸만 자꾸만
손이 간다 마음이 간다

지금 이 순간은 인생도 포도맛
같아라 검붉은 포도알을
토옥 터트리면

새콤달콤한 맛 이목 젖으로 꿀꺽
살맛 나는 맛
알알이 추억으로 박힌 포도를
먹는 동안은 더위도 세월도
모두 잊는다

고향 앞마당에 월이면 주렁주렁
탐스럽게도 열렸던 청포도 나무

밤이면 동네 개구쟁이들에게
포도 서리도 당하곤 했었지

 

이젠 아련한 추억이 되어버린

옛날이야기 칠월이 되면

그때가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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