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식장 특2호

 

너무 늦었습니다

삶의 여유가 생기면
따스한 밥 한 끼라도
융숭히 대접하려고 했는데

마음의 여유가 생기면
사랑한다고 감사드린다고
표현하려고 아껴두었는데

이제는 그럴 수가 없습니다.
너무 늦었습니다.

마음을 말로 전하지 않더라도
그냥 알 수 있을 거라고

한 번도 전하지 못했던
속마음이 너무 아픕니다.

그날 황악산 금릉공원은
봄날처럼 따스했습니다

햇살이 가득 감싸고 피아노 선율이
잔잔히 깔린 봉안당은
평화롭기까지 하였습니다

아버님은 여전히 꽃밭에 앉으셔서
온화한 미소로 우리를 반기며

밥은 먹었냐고 별일 없냐고
훑어보시는 듯합니다

이승과 저승의
간격은 좁힐 순 없지만

한동안 무언의 대화가
마음으로 이어졌습니다

양쪽에 친구분들이 계셔서
그곳에서도 외롭지 않으실 것 같아

마음이 놓입니다

 

 

특 2호

당신과 마지막 작별을
고했던 그 자리에서
또 누군가 가슴으로
한 생을 떠나보냅니다

가슴 저미는 그 아픔을
이해할 수 있기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주르르 흐릅니다

누구나 한 번쯤은
가야 할 길이지만
보내는 사람도
떠나가는 사람도
너무 힘든 시간입니다


장례식장에서 들려오는
흐느끼는 소리에

날숨을 거칠게 내쉬게 된다

누군가와 마지막 작별을
고해야 함은 허무하고
쓸쓸한 일이다

누군가를 위해서 가슴으로
울어본 적 몇 번이나 있었을까

유월을 보내며 누군가도 함께
보내야 한다는 사실은
잔인한 일이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조심스레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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