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의 덧문

외로움이 차가운 심장을 드리운
촉촉한 아침엔 그리움의 덧문을
엽니다

내게로 스멀스멀 드리워지는
쓸쓸함이 블랙커피 찻잔에
곱게 드리우면

시벨리우스의 슬픈 왈츠가
울려 퍼집니다

아름다워서 눈물 나고 슬퍼서 시린
선율에 마음을 헹굽니다

슬픔의 잔이 넘치면 영혼의 창가에
비가 서리고

쌉쌀한 기억의 저편에 삭은 언저리
하나 처마 밑에 도로록

외로울 땐 무엇이라도 부여잡게
되나 봅니다

외로움이 뼈에 사무쳐서 견뎌내야
하기에 먼 후일 그것이 썩은
동아줄이라는 걸 쓸쓸히 깨닫게 될 때

외로움보다 더 큰 절망이
기다린다는 걸 왜 몰랐을까요

한 치 앞도 못 보는 불쌍한 인생이여
더 늦기 전에 잘라낼 건 잘라내고
감내해야 할 몫은 감당해야겠지요


 

장대비

집을 나서는데 갑자기 쏟아지는
시원한 장대비에
잠시 발걸음을 멈춘다

우산을 가지러
다시 6층까지 갔다 올까
몇 초 망설이다가 차까지 그냥

뛰었다

머리에 떨어지는
빗방울이 기분이 좋았다
아메리카노 한잔이면
향기 나는 하루가 될 것 같다

유월에 내리는 비

봄비가 내린다 유월의 대지 위에
누군가에겐 소망의 초록비로
누군가에겐 절망의 꽃비로

물빛 머금은 새싹들이
꿈틀꿈틀 움트는 소리는
천사들의 날갯짓이어라

가장 낮은 곳에서 평화로운 자태로
흐트러지지 않은 미소를 보내는
작은 꽃잎 하나

그대가 나를 내려다보게 한다
삶의 의미를 되새김질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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