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그리움

봄날엔 누군가 그리워질 때면
벚꽃 흩날리는 거리에 나서고

여름날엔 누군가 그리워질 때면
가슴을 요동치게 하는
한줄기 장대비를 기다린다

가을날엔 누군가 그리워질 때면
책갈피 속의
노란 은행잎을 들추게 되고

겨울날엔 누군가 그리워질 때면
첫눈 오는 날만
손꼽아 기다리게 된다



잘난 척 뽐내던 해님도 잠들고
땀으로 먹고사는 노역자들도 굽혔던

허리를 쭈욱 펴며 파김치가 된
육신을 도닥이며
휴우 오늘도 잘 견뎠구나 하는
안도의 한숨소리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곱디고운 맨드라미도 지쳐서 눕고
보잘것없는 꼭두서니도
지쳐 눕는다

 

 

휴일의 오후 풍경

휴일의 거리는 여유와 여백이
있어서 좋다

백 년 나무에 이쁘게 집을 짓고는
주인처럼 오수를 즐기는
거미의 공존이 아름답다

아이스크림을 입에 물고
깔깔거리는 아이들과
터덜터덜 느긋하게 걸어도
어울릴 것 같은
늘어짐이 나쁘지 않고

비어 있는 자리가 여기저기
보이는 버스 안의 풍경이
평일과는 다른 삶의 미학을 준다


얼키설키 얽혀 있는
대추나무 잔가지에

초대하지도 않은
벌떼들이 연 걸렸다

작지만 야무지고 단단한
대추나무 씨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들판에 군락을 이룬
개망초들의 수수함은

이글거리는 정오의
뜨거운 햇살을
잠시지만 잊게 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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