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언니

 

오늘은 태초에 한 몸에서 나와서
한평생을 더불어 살아야 하는
우리 언니의 생일입니다

어릴 적엔 우리 언니는
친구들의 로망이었답니다
이쁘고 당당한 언니를 두었다고

내겐 너무도
이기적인 언니일 뿐이었는데

잔글씨가 잘 안 보여
노안이 온 것 같기도 하고
흰머리가 간헐적으로
고개를 빼꼼히 인사하는

중년의 여인이 되었답니다
우리 자매는 나란히

가끔은 친구 같기도 하고
가끔은 엄마 같기도 한
언제나 내편이 되어줄
언니가 늘 가까이한다는
현실이 감사할 뿐입니다

내년에도 오늘 같기를 바랍니다

언니에겐 난 늘 어리기만 한
동생인가 봅니다

귀엽고 소녀스러운
하얀 모자가 달린 청자켙이
어떠냐고 물어옵니다

이쁘지만 이제는 하며 웃고 맙니다

그래도 이쁜 옷을 보면
사주고 싶어 하는 언니 맘이
참 따스하고 푸근합니다

가까운 곳에 언제나
언니가 있어서 든든합니다

내일도 오늘 같은 마음으로
함께 걸어가길 바라며
어제보다 오늘 더 언니가 좋습니다

 

 

나른한 하루

비가 올 듯 말 듯 애간장 태우는
하루는 지루하고 나른하다

시원하게 한 줄기 내려주면 좋으련만
며칠째 오락가락 습도만 높다

축축 엿가락처럼 늘어진 몸을
추스르며 선풍기 앞에서 코 박고 있다

떠나는 계절도 다가서는 계절도

비빛 그리움에 목이 마르다

얼마나 청량한 기쁨을 주려고
이렇게 기다리게 하는가

비 오는 날의 상념 온종일
비가 내린다 보도블럭 위로
습기가 스멀스멀 기어오른다
머리 끝부터 발 끝까지

내 마음의 창에도 그리움 하나
얼룩져 꽃으로 피어난다

세월의 늦가지에도 봄은 찾아오듯이
이 비 그치면
기적처럼 초록이 찾아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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