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어느 멋진 날에

우수에 젖은 듯한 하늘빛과
적당히 기분 좋게 하는 가을바람이
한 줌의 설렘과 한 줌의 감사로
안겨왔던 하룻길

경산 남매지에서 대경지회
문우님들과 서로 힘을 합쳐 따스한
손길을 서로 건네며 설치했던
194점의 시화들이

서로 다른 고운 언어와
독특한 향기로 경산시 남매지
호숫가를 아름답게 물들이며 보낼
한 달 동안의 여정이 많은 이들에게
잔잔한 감동으로 다가서길
간절히 기대한다.

벤치에 둘러앉아 문우의 정을
나누며 자작시를 낭송하며
떨렸던 그 순간과 함께
오 시인님의 근사한 클래식 기타 선율은
오래도록 귓가에 맴돌 것 같다.

배려하는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세상이 달라 보이게 하고
이유 없이 마음을 넉넉해지게
만든다
말 한마디 그거 참 별거 아닌데
커피잔이 내손을
거부하듯 뿌리쳤다

순간적으로 일어난 일이라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하는데

어느 틈엔가 말없이 닦고 있는
그 사람 이런 따스한 사람이
늘 곁에 있어 주었지

고맙다는 말은 못 하고
미안해서 웃기만 했다

휴일의 거리는 여유와 여백이
있어서 좋다 백 년 나무에
이쁘게 집을 짓고는

주인처럼 오수를 즐기는
거미의 공존이 아름답다

아이스크림을 입에 물고
깔깔거리는 아이들과

터덜터덜 느긋하게 걸어도
어울릴 것 같은 늘어짐이
나쁘지 않고

비어 있는 자리가 여기저기
보이는 버스 안의 풍경이
평일과는 다른 삶의 미학을 준다


2회 2019년 08월 25일~09월 28일까지
1회 2018년 9월 2일부터~10월 6일까지 

장소 경산남매지 호수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지나가는 바람이려니
방치했지요

하룻밤 자고 나니 이렇게
눈두덩이처럼 커져버릴 줄
알았을까요

피한다고 숨는다고
그냥 지나갈까요

병약한 사람들에게
마음의 생채기까지 주니
살아남는 게
공포스럽기까지 하네요

숙연한 마음으로
아무도 아프지 않고
누구도 고뇌하지 않는
그날을 기도하네요

맴돌다간 계절이
아쉽고 안타까워라

조금만 더 빛나게
조금만 더 영글게
내 시간으로 만들 것을

그저 시간아 흘러라
노래했으니

언제까지나 이팔청춘인 줄
알았더냐

팔자 탓하며 운명 탓하며
살기엔 너무 아까운
시간인걸

이제야 깨달으니
지금에라도 깨달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얼마나 감사한 인생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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