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애착

생각의 실타래가
엉망으로 꼬여갈 때 거리를 나서면

겨울빛 나무의 우는 소리 아프고
가로등 불빛들이 질긴 외로움을
나직하게 씹는다

아파트 불빛들이 하나 둘 켜지면
뚜벅뚜벅 길 잃은 숨결도 찾아들려나

삶의 애착은 꺼진 심지도
타오르게 하려나

몸은 몸대로 마음은 마음대로
따로따로 등 돌리고 있다

마음은 아지랑이를
싱그럽게 피우는데

몸이 반응을 안 보이니 둔하다고
화가 나 있다

몸은 바이러스가 침투하여 자꾸만
땅으로 꺼지려 하는데

마음이 자꾸 흔드니 감당을 못해
짠하기만 하다

 

 

 3만 원만

멀쩡하게 생긴 젊은 청년이
지갑을 잃어버렸다고
차비 좀 빌려달라고 말한다
툭 던지듯 맡겨놓은 듯이 3만 원만

녹음된 테이프처럼 똑같은 말을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늘어놓으면서

간절한 눈빛이 전혀 아니다
못 믿겠으면 잠바를 벗어놓겠다면서

동정심을 자극하지도
절실함도 전혀 느껴지지 않는
모르는 사람에게 지갑을 열어줄
천사 같은 사람은 없겠지

그냥 보내고 나니
괜히 마음이 씁쓸하다

진실성이 조금이라도 느껴졌었다면
도와줬을지도 모르겠는데
스스로를 변명해본다


휴일 아침 풍경

내년이면 입주하는
우리 아파트 공사하는
둔탁한 철근 소리가
휴일 아침을 깨운다

덕분에 알람이 울기 전에
하루를 연다

습관처럼 스마트 폰부터
살짝 터치를 시작하고
냉수를 한 모금 들이킨다

늘 나보다 일찍 일어나
모닝커피 한 잔 마시며
여유 있게 음악 감상 중인
옆지기의 따스한 등이 보인다
그렇게 휴일이 다가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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