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칠산 해넘이

칠산 갯길 300리
노을 길을 거닐었다
지는 노을이 이렇게
가슴 시릴 줄이야
해넘이를 기다리며
잠시 눈을 감는다

나를 지켜왔던 아집 덩어리들과
세상 밖으로 나오길
거부했던 자존의
잔해를 다 내려놓는다
오늘 여길 오길 참 잘했구나

 

 


사랑에 대한 예의

사랑할 때는 서로가 서로를
빛나게 해 줍니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내 사람이기에

절실한 마음 하나로 충분합니다

인연이 다하여
스칠 수밖에 없는
사랑이 되었을 지라도

함께 했던 순간들마저
추하게는 하지 말아요

사랑에 대한 예의는
지키며 살아야겠지요

가만히 가만히
다가서는 따스함은

삶의 온기입니다
행복의 소리입니다

몸부림치며 잡으려 애쓸 땐
허공만 맴돌더니

모든 것에서 자유로울 땐
이렇게 가까이에서

잡으려 하지 않아도
그리 애쓰지 않아도

내 것이라고 나에게 가슴 깊숙이

다정한 느낌표로
감동으로 스며듭니다

지금의 오늘이 있어
내일도 빛나리라 믿어봅니다


 


하루 시간

시간을 조율하며
여유 자작하며 보내는

자유로운 영혼과의
어울림도 끝이 보인다

긴 인생의 여정길에서
가끔은 어깨에 짊어진

짐보따리를 내려놓고
퍼질러 앉아서
겉치레를 벗어던지고

상한 마음들을 조용히
토닥여줄 필요가 있다

허겁지겁 달려야 할
내일이 있더라도

겸허히 살아낼 수
있으리라 믿는다

 

 

나른한 하루

비가 올 듯 말 듯 애간장 태우는
하루는 지루하고 나른하다

시원하게 한 줄기 내려주면 좋으련만
며칠째 오락가락 습도만 높다

축축 엿가락처럼 늘어진 몸을
추스르며 선풍기 앞에서

코 박고 있다
얼마나 청량한 기쁨을 주려고

이렇게 기다리게 하는가


떠나는 계절도 다가서는 계절도

비 빛 그리움에 목이 마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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