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하나

사랑은
꽃이 가장 빛날 때
함께 해주는 것보다

꽃이 빛바래져갈 때도
변함없는 눈빛으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합니다

사랑은 내가 짊어진
삶의 무게가 버거울지라도

웃으며 상대방의 짐을
함께 나눌 수 있는
넉넉한 마음이 있어야 합니다


사랑은 둘

사랑은
상냥한 꽃으로 다가와
애잔한 꽃잎으로 지는 것

사랑은
태양처럼 뜨겁게 불타오르다
노을빛으로 잔잔히 스미는 것

사랑은
찬란했던 순간도
초라했던 순간도
숙명처럼 지켜봐 주는 것

사랑도 세월처럼
정으로 곰삭히는 것

 

 

사랑은 셋

사랑은 사랑한다고
말하고 나면

이미 사랑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목젖까지 치밀어 오르는
그리움으로 토할 것 같아도

가슴 문고리를
밤새 잡았다 놨다

손가락에 빨간
물집이 생기더라도

그저 멀리서
바라보기만 해도

서러운 게 사랑입니다
보고픔입니다


담장 너머로 오렌지빛

나리꽃이 수줍은 듯
눈길을 건네고

대추나무에도 대추가
송골송골 영글어간다

접시꽃은 시름시름
여름을 앓다가
다음 생을 기약하려는지

백일홍은 진분홍빛
여색을 맘껏 뽐내고

길가에 나란히 피어난
루드베키아가 곱다

삼복더위에도 꽃들은
줄지어 피고 지고

산천초목들은 저렇듯
푸르기만 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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