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동 동지들

 

병동에서

어둠이 차분히 걷히는
아침 풍경을 바라보며

아무런 생각 없이
필사적으로 숟가락을 든다

누군가는 먹는 즐거움으로
누군가는 살아내기 위해서

종일 무료한 시간을
바보상자로 달래노라면

덧난 상처도
조금씩 조금씩 아물어가겠지

아픔이라는 공감대가 아니면
절대로 만날 수 없었던 같은 방 인연들

그마저 소중하게 느껴지는 이 아침도
나름대로 행복이어라



병원에서 보내는 명절은 씁쓸하다

금릉공원 앞까지 나와서 기다리실
아버님을 생각하니 찾아뵙지 못하는
마음이 무겁다

똑똑 혈관 속으로 스며드는 수액의
서늘한 기운은 마음의 안정을 주고
누군가에겐 생명의 가느다란 희망의
끈이 되리라


 

염증

병원에 가면 가슴이 콩닥콩닥
병을 고치는 곳이지만
크레졸 냄새를 맡으면
가슴이 답답해진다

병원만 오면
누구나 겁쟁이가 되나 보다

대기실에서 대기하면서
자꾸만 불안해진다

대수롭지 않게 방치한
살짝 다친 손가락이

애정을 호소하는 듯
염증이 생겨버렸다
참을성이 많은 건지 미련한 건지

이제는 정말 나 자신을
아껴가며 사랑하며
살아야 할 시기인 것 같다

 



손가락 하나가 다쳐서 불편해 보니
손가락이 얼마나 고마운 존재인지

얼마나 손가락이 하는 일이 많은지
비로소 깨닫게 된다

몸의 일부분으로 내게로 와준
이쁜 손가락아 그동안 고마웠고
고통을 주어서 미안하구나

이제는 아껴주며 소중하게 보듬어줄게
덕분에 몸의 치유와
마음의 치유까지 하게 되니

아픔이 주는 인생의 가르침은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것이 아닐까

 

아슴한 산모롱이를 지나
얇은 시간 속을 배회하며
갈바람이 더듬는 토속적인
권태로움과 내려놓은 평화로움

그 사이로 또 이렇게 하루가
시냇물처럼 흐르고
세상의 고요한 나무 아래서
깨끗한 사랑 하나 닦는다

언제나 끄덕여지게 하는
바다 같은 내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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