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땅나무


쉬땅나무를 만나 본다
앙증 맞고 독특한 이름이
빈틈없는 존재감을 준다

이국적인 향을 풍기지만
원산지는 한국산이란다

올망졸망 작은 꽃들의 향연이

신중이란 꽃말과 함께
맘을 앗아간다

나무의 꽃이 수수 이삭을 닮았고
매화꽃이랑도 비슷해서
진주 대라고도 불린다

나무가 탈 때는 줄기에 들어있는

공기가 새어 나오면서
쉬 소리가 나고

줄기가 더 뜨거워지면
딱 소리를 내며 터진다

그래서 쉬땅나무라고 부른다는
재미있는 전설이 있다

마음의 얼룩 비가 세상의
유리창을 온통 눈물로 얼룩지게
만들어 놓고는 한마디 위로도 없이
말없이 떠나 버렸다

손수건으로 아무리 훔치고 훔쳐도
지워지지 않는 게 마음의 얼룩인가

환한 햇살이 걱정 말라며 온몸이
부서져라 습기 찬 세상을 뽀송뽀송
말려준다

축축한 수건도 칙칙한 걸레도
볕을 쪼이면 환해지겠지
얼룩진 내 맘도 건조대에 널어본다
환해지고 싶어서 맑아지고 싶어서

 

 

마침표

어설픈 몸짓으로 이별을
고할 순 없듯이 꼭 마침표가 있어야만

다음 페이지로 넘어갈 수가 있는 것이
인생이라는 시간은 정녕 아닐 터인데

쉽게 찍어지지 않는 마침표는 나를
얼마나 거듭나게 하려는가

이제는 그만 봄이기를 간절히

기원하며
오늘을 보낸다

물음표가 아닌 느낌표를 찍으며

하루를 넘긴다

 

손이 닿지 않고 그늘진 곳에
아무도 모르게 사랑을 베풀었을 때

내게 돌아오는 몇 갑절의 기쁨이다
예배시간에 목사님의 남모르게
봉사한 손길을 감사하는 기도만으로

천사의 날개를 얻은 듯했고 안골에
혼자 사셨던 팔순 할머니가

교회 오고 가실 때마다
친손녀처럼 살갑게
지팡이가 되어주곤 했었다

지금은 안골 집도 주인을 잃어버렸고
그 시절의 맑았던 소녀도 어디로
실종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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