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타파로 종일 비가 내린다
매일 당신과 함께 오고 가는 그 길에
종일 비가 내리고 건너편 커피숍에
찻잔을 마주하고 창 밖을 바라보며
앉아 있는 두 여인의 여유로움이 부럽다
이팝나무 초록잎에도
그 아래 듬성듬성 난 풀잎에도
촘촘히 둘러싼 담쟁이덩굴에도
촉촉이 스며드는 투명한 물빛들
그걸 바라보다가 또 하루가 진다
멸치 한통과 씨름을 한다
머리 몸통 똥 따로따로 분리시킨다
하얗게 튀어나온 멸치의 슬픈
눈동자들이 원망하듯이 물끄러미
자꾸만 쳐다보고 가시들이 아픔을
호소하듯이 찌른다
너도 아파봐야 내 마음을 알터이니
손가락에 박힌 잔가시를 빼면서
삶의 비애를 느낀다
간밤엔 초저녁부터
수면제를 먹은 사람처럼
잠 속 여행을 떠났다
무디어 가는 신경 줄에 무한한
감사를 한다
과감할 땐 과감하게 결단을 내려야 함이
살아갈수록 더 어렵다
새로운 아침이 밝아 오니
내 맘도 함께 아침이 된다
기도하는 마음으로 쉽지 않을 하루를
경건하게 견디어보련다
내가 감당해야 할 몫이라면
담담히 받아들여야겠다
누굴 탓하지도 말고
차라리 맘이 편하다
간절한 언어
하루라는 시간도 꽃처럼 곱다고
간절한 언어로 말하고 싶지만
보드라움 속의 찬 기운은 삶 자체도
출렁이게 한다
한 계절의 끝은
또 다른 계절의 시작이라고
당당히 표현하고 싶지만
놓아버린 마음은
어디서 침묵하는가
무너지고 싶은 날에도
떨쳐내지 못하는 날에도
혼자가 아님을 감사하며
마음을 다잡아야 하리라
나보단 당신을 위해서 오늘을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