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크리스마스
수줍고 부끄럼쟁이
초콜릿과 함께 마음을 전하는
달달한 날 밸런타인데이
연인에게 사랑의 의미로 초콜릿을
선물하는 날
대중화 상업화로
희석된 느낌도 들지만
초콜릿을 주고
도망가듯 내달 음치는
귓불까지 빨간 여인의
뒷모습은 참으로 사랑스럽다
감춰두고 가져갈
한 줌의 마음이 있다면
나이가 들어도
장난처럼 툭 던지듯
한번 시도해 보면 어떨까 싶다
뜨거운 여름 열대야로 잠 못 드는 밤
눈 덮인 크리스마스를 생각하며
8월의 긴 여름밤은 그렇게 그렇게
지쳐가고 있다
단발머리
단발머리 풀풀 날리던 시절의
교회학교 지도교사님
강산이 세 번도 넘게 바뀌고
꿈인 듯 연락이 되던 날
몇 날 며칠을 설레었다
세월을 훌쩍 뛰어넘어
그 시절 그 소녀가 되었다
카키색 군복이 잘 어울리셨던
키 크고 잘생긴 선생님은
지금도 내겐 그런 모습으로
영원히 기억된다
가끔 안부 문자를 보낼 때면
꽃다운 그 시절의 소녀로
돌아갈 수 있어서 행복하다
추억은 되씹는 맛이 묘미인 듯
늙으면 추억으로 버티는 건가
눈을 뜨는 것조차
귀찮아지는 아침이 있네
그럴 때는 머리도 감지 않고
눈곱만 겨우 떼고
술렁술렁 보내네
이런 날은 아무에게도
안 들키고 지나갔으면 좋겠지만
꼭 들키고 마네
숨고 싶지만 이상하게
꾸미지 않은 내 모습이
더 빛나 보인다고 말하네
그렇다고 늘 그럴 수는 없겠지
오늘은 곱게 머리도 빗어 넘기고
볼 빨간 색칠로 하루를
맞이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