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수수 여인

긴 노랑머리의 옥수수 여인이
머리를 뒤로 쫑쫑 묶으며

가지런한 이빨을 뽀얗게 드러내고
자신감 넘치게 환하게 웃는다

이빨이 들쑥날쑥한 나를 조롱하듯이
얄미워서 앞니를 하나 빼먹는다

앞니 빠진 갈갈 지 장난기 발동해서
윗니 하나도 바보 멍청이 같네
이쁜 그녀도 별거 아니었다


삶은 옥수수를 보니
내 생각이 나더라며 일터로
가져다준 김이 모락모락 나는
옥수수를 바라보며

친구의 따스한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져서 살갑게 구는 친구가
가까운 곳에서 살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힘이 난다

기쁜 일 슬픈 일 함께 나눌 수
있어서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친구야 매우 고맙데이


 


긴 우산을 손에 들고 횡단보도를
건너는 사람들 차창에 부딪혀
부서지는 빗방울들

커다란 플라타너스 잎에도
조그만 베고니아 꽃잎에도

살며시 찾아와 촉촉하게
입맞춤한다
인적 없는 산책로에서 텅 빈
벤치에 앉아 비 내리는 거리를
말없이 응시한다

 

 

고마운 커피

시원한 커피 한잔과 먼 곳에 있는
친구가 문득 그리워진다

헤즐럿 커피 향으로 시작하는
주말은 은근히 기대된다

들꽃 닮을 시간들 햇살 닮을
시간들 미소로 피어나고
정으로 피어나고 그리움으로 남고

잊을 수 없는 도도한 향기로 남고
환상이라도 좋다 나의 하루여
곱게 나래를 펼쳐라



찻잔에 전해지는 따스한 온기가
좋아서 찻잔을 두 손으로
꼭 잡고 마십니다

커피 한 잔이 주는 여유와 넉넉함이
새삼 고맙게 느껴집니다

혼자서 외롭게 마실 때는 향기로운
친구로 마주할 수가 있어서 좋고

힘들고 지칠 때에는 말없이 이해해주는
배려심과 따스함이 좋아서

이제는 평생을 함께 하고 싶은
고마운 벗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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