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집과 벚나무

무너져 버린 벽돌담 기와지붕 틈
사이로 비가 스며들어서
엉망이 되어버린 안방

빨래집게에 집혀 있는 빛바랜
영수증들 주인을 잃어버린
멈춰버린 시계들

엄마의 손길이 남아 있는 장독대들
아직도 엄마의 향기가
이렇게 느껴지는데

쓸쓸함과 그리움이 가슴을
먹먹하게 하는데 이제는 이곳도
수명을 다해서 마지막 작별을
고해야 하나 봅니다


벚나무 그늘에서 잠시

일상을 달랜다
바람에 살랑살랑 춤을 춰대는
초록 이파리들은 삼복더위에도
저렇게 때깔이 좋건만

벚나무는 양갈래로 갈라져 있다
양분은 이파리들에게
당연한 듯이 양보하고는

목마름에 허덕이며 말라가는 건가
손끝으로 만지니 가슴이 아릿하다

한줄기 소나기라도 와 준다면
좋으련만 여름은 이렇게
지쳐가게 만든다

 

 

마음의 상처를 아름다운 5월의
향기 맡으며 달랩니다

빛나는 고움이 그저 좋습니다
홀로 피어서도 외로움을 감추고

기쁨을 건네주는 모란 꽃잎의
떨림이 고결하기까지 합니다

나는 무엇으로
타인에게 위안을 줄까요

받는 것에 익숙해져서
베풂을 모르는 사람으로
살고 있는 건 아닐는지요


결국엔 자기 탓

해주는 것도 없이 당당히 큰소리치며
늘 대접을 받고 사는 사람이

있습니다

헌신적으로 자기 것은 모든 포기하며
사는데도 늘 주눅이 들어 기 한번
펴보지 못하고 그렇게 살아가는
사람도 있습니다

팔자 탓하며 원망하고 살겠지만
결국엔 자기 탓이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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