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한계곡

신록의 푸르름을 가슴에 품은
물한계곡의 맑은 물소리를 들으며
삼도봉을 향했다

밤꽃의 독특한 향에 취하며
발끝에 전해지는 흙의 말랑거림이
알 수 없는 희열을 줬다

노란 양지꽃이 만발한 조그만

황룡사에
들러 약수를 한 모금

입술에 적시고

양쪽으로 숲이 우거진 낭만적인
구름다리를 흔들거리며 건넜다

정상까지는 숨이 차서
오르지는 못했지만

자연 속을 걷는다는 것은
지친 영혼을 위로하기엔
충분히 신선한 일이었다

하나의 장식품인 듯
몇 시간을 부동의 자세로

움직임 없이 그대로 손가락만
열심히 까딱까딱 움직였더니
다리에 쥐까지 났다

오래된 익숙한 습관처럼
검지 손가락에 침을 발라
코에 찍었다

코코코 하면서 마법을 걸듯이
우습게도 찌릿함이 사라지고 나니
아직도 그런 마법을 믿는 나 자신이
신기하고 어이없다

 


지치고 힘들 땐 말이 없어진다
타인들에게 내색해서
불편하게 만들기 싫어서

동료 하나는 조금만 힘들어도
끙끙 앓으면서 일을 처리한다

처음엔 안쓰러운 마음에
거들어주기도 했지만 거듭 반복이
되다 보니

왜 저러고 살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늘 끙끙 앓으면 늘 앓을 일밖에
없을지도 모를 일인데
참 안타까운 일이다

 



죽음에 대한 공포는 지옥의

문 앞까지
갔다 오게 한다

살고 싶다는 절규는
얼마나 진실된 소리인가

힘겨울 때 다급할 때
주님께서 지켜주시리라
그리 믿는다

믿는 대로 된다는
오묘한 진리에

다시 한번 감사를 드리며
어제와 변함없는 감성으로

살아갈 수 있음도
축복임을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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