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초하러 가는 길 쪽빛 동해바다

이승에서의 삶이 너무
힘겨우셔서 한 번도 꽃답게
웃지도 못하셨는데

저승에서의 삶까지 그리
고단하시다니 이 불효를
어찌하오리까

이승에서의 맺힌 한일랑
훌훌 털어버리시고 모든 시름은
미련 없이 놓아버리시고

이제는 훨훨 새처럼
자유롭기를 바랍니다

영원히 시들지 않는 고운 꽃으로
우리 가슴에 피어난 당신의 그윽한
향기는 영원히 잊지 않겠습니다


어머니
당신을 뵈러 간다니
설레서 잠을 설칩니다

어머니
당신을 뵈러 간다니
왜 이리 가슴이 먹먹한가요

어머니
당신을 뵈러 간다니
왜 이리 자꾸만 눈물이
앞을 가리는지요

어머니
당신을 뵈러 간다니
하늘나라에서도 외로이
떠도실 것 같아 가슴이 저밉니다

어머니
당신을 뵈러 간다니
자꾸만 자꾸만 이기적이 되어가는
둘째 딸을 혼내실 것 같아서 미리
반성하는 아침입니다

쪽빛 동해바다가
잔잔하게 물결친다

전신주엔 참새떼들이
나란히 나란히 가을볕을
쬐면서 졸고 있다

예초기의 요란한 괴성이
선산에 울려 퍼진다

쓸모없이 무성하게 자란
무덤가에 풀들이
싹둑싹둑 잘려나갔다

흩어진 풀 조각 들은
갈쿠리가 부지런히 모았다

오랜만에 함께한
막내 삼촌과의 벌초는
반나절이면 족했다
여운은 일 년 치는 넘을듯하다

선산을 내려오면서
자꾸만 자꾸만 뒤돌아보게 된다

방금 뵙고 돌아섰는데도
밀물처럼 몰려오는
이그 리움의 정체는 무엇인지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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