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지사 버스 정류장
빈 벤치에 앉아

즐비하게 주차된 빈차들을
바라보며 만나기로 약속된
한 사람을 기다린다

금방이라도 눈물을 쏟을 것
같은 하늘빛이 서럽고
바람이 시리다

누구랑 같이 먹는 한 끼 밥도
마음이 없이는 일상을 쪼갤 수
없음에 만남이라는 시간들이
새삼 소중히 다가온다

하루를 열심히 달렸다
일하는 그 순간은 날씨가 더운 것도
마음이 무거운 것도 아무런 상관이
없어서 좋고

일을 끝낸 후의 성취감은 피로를
한 번에 날려버리고도
남을 정도이니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나태하지 않고 늘 성실한
나 자신에게 자랑스럽다고
말해줘도 될까

먼산에 스멀스멀 안개가 꽃을
피우고 아파트 옥상도
주차되어있는 차도

오고 가는 사람들의 발자국도
촉촉이 젖어드는 습기 찬 아침

나의 혈관에도 희망의 초록비가
톡톡 떨어진다

소박한 일회용 차 한잔이 주는
여유와 아늑함이 그래도 아침을
미소 짓게 한다

금방 샤워한 듯한 아침은 깨끗하다
눈곱도 안 떼고 바라보기에는
부끄럽게 이쁘다

마음까지 정화되어 이뻐지는
느낌이 좋다

살아있음은 이렇게
늘 감사할 일이 이어지는데

기쁨뿐만 아니라 고통마저도 즐기며
인생길을 걸어가고 싶다

이승에서의 삶이 너무 힘겨우셔서
한 번도 꽃답게 웃지도 못하셨는데

저승에서의 삶까지 그리
고단하시다니 이 불효를
어찌하오리까

이승에서의 맺힌 한일랑
훌훌 털어버리시고 모든 시름은
미련 없이 놓아버리시고

이제는 훨훨 새처럼
자유롭기를 바랍니다

영원히 시들지 않는 고운 꽃으로
우리 가슴에 피어난 당신의 그윽한
향기는 영원히 잊지 않겠습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