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가을

가을이 풀어놓은
새치름한 바람이 좋아서
잠겨 있던 가슴의 빗장을
활짝 열어본다

삭힘의 시간을 위로하며
드리운 절망의 벽도
남김없이 허문다

아스라한 길을 걸으며
평온이라는 그물코를 엮으며
아름다운 균형을 꿈꾼다
비발디의 사계 중 가을을 들으며

물들어간다

매일매일 한 움큼씩
달라지는 가을빛을
바람결로 느낀다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특별히 달라지지 않을
익숙한 일상들이겠지만
무딘 마음들이라도
함께 조금씩 물들어감이
그저 감사할 뿐이다

한 모금 남은
마지막 커피를
아쉬워하며 마신다

놀이터에서 들려오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주말의 여유로움을 한층
더해준다

음악 들으면서 누군가를 위해
따스한 저녁을 준비하는 시간도

가족을 기다리며 문 밖을
서성거리는 시간도 일상이 주는
기쁨이고 소소한 행복 이리라

하얀 밤

생각의 실타래를 감았다 풀었다
이리 뒤척 저리 뒤척
낮에 겁 없이 마셔댄
커피 몇 잔이 새삼 야속하다

뜬 눈으로 지새우고 맞이하는 아침은
더 놀랍게 눈부시다

누구에게나 아침은 오고
누구에게나 봄날은 온다
그리 믿고 살아보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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