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의 미학

삶의 절반을 기다림의 미학으로
소소히 채운다 한들

부족하거나 모자라진
않으리라 말하고 싶다

기다림은 꼭 만나리라는
전제가 없더라도

누군가를 간절히 기다리는
그 순간은 소중하다

오늘은 병문안 온다는
친구를 기다리며 어디까지 왔을까

왔다간 후에는 어디까지 갔을까
그런 마음 빛으로 하루를 보낸다

내일은 또 어떤 기다림이
나를 기다리게 될까

 


마른장마가 시작되면서
처마 밑에 찾아든 불청객 벌들

어느 틈엔가 밀랍으로
육각형 꿀방을 촘촘히 치밀하게도
잘도 지었다

벌집은 자연의 페니실린이다
세균도 침범할 수 없게
청결하게 꾸며졌다

한 마리씩 출동하여
꿀과 먹이를 물어온다
벌집을 헐어버리려고
궁리하는 걸 알고나 있을까

쏘일까 봐 피해 다닌다는
사실도 알고 있을까

 

 

수줍은 듯 속살까지
핑크빛으로 곱게 물든
이쁜 복숭아를 한입 배어 물면

이뻐질 것 같은 기분 좋은 착각에
스르르 빠져 본다

낮이고 밤이고 바람을 안고
있어야만 안심이 되는

한여름의 더위는 점점 기세 등등하다
밤이면 열대야로 백 마리 잃어버린
양을 수없이 찾았다 놓쳤다 해야 하고

한여름밤의 꿈은
매미들마저 맴맴 돈다

초록 바람을 타고 고운 음률을 얹어
솔잎 되어 솔솔 풀잎 되어 풀풀

노란 황매화도 리듬을 타면서
건들건들거린다

힘을 빼고 마음을 비우고
음악이 주는 여유로움을 만끽한다
남이 뭐라 든 세상이 소란스럽든

음악과 함께라면 언제나
모든 것에서 자유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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