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진 계절

작별하기에 좋은 날
그래서 아름다운 날

구차한 변명이나
궁색한 핑곗거리가
필요치 않다는 사실
그래서 눈물 나게 쓸쓸한 날

해마다 이맘때면 어김없이
라디오에선 잊혀진 계절이
흐르고 이별하지 않더라도
왠지 쓸쓸해지는 그런
날이기도 하다

가사의 구석구석 애달프고
슬프지 않은 구절이 없다는 것이
그냥 쓸쓸하게 만드는 것
같기도 하다

이날의 습관처럼
이곡을 안 들으면 허전하다

매년 이맘때면
늘 같은 빛깔과 같은 무게로

가슴 한편을 시리고
허전하게 만든다

10월의 끝자락에서
11월을 조용히 응시한다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절대음감

사람들에겐 누구나
한 가지씩은 남들보다
특출하게 뛰어난 부분을
갖고 태어나는 것 같다

천부적인 것일 수도 있고
후천적인 노력에 의해
이루어진 것일 수도 있다 



절대음감을 갖고
태어난 사람은
얼마나 축복받은 사람인가

우리는 그런 축복은
받지는 못했더라도

어떤 일을 했을 때
가장 가슴이 뜨거워졌던가

어떤 일을 했을 때
가장 행복했었던가
생각해 보자

행복은 그리 멀리 있지는 않다
나의 손끝에 있는지도


출근길에 나서면서
가슴을 웅크리고
옷깃을 여미는
나를 만납니다

춥다는 소리가
아침저녁으로 자연스레
입에서 나오는 걸 보고
나 자신도 소스라쳐 놀랍니다

올겨울은 어찌 날까
벌써 걱정을 합니다

늦가을은 아직도
잘 버티고 있는데

무슨 섣부른 염려일까
늦가을 보기에 민망해져
피식 웃고 맙니다

계절은 맘껏 깊어가고
내 맘도 덩달아 깊어집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