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없는 소리
불어오는 저 바람 끝에
내가 남기고 온 반 조각 그리움
실려옵니다
내가 몰래 숨겨온 나머지 반 조각
그리운으로 맞이하려 했건만
어느샌가 저만치 실려가
버렸습니다
잠시라도 눈 맞추고 가시지
야속한 정이여
아무리 아쉬워해도
소리 없는 소리일 뿐이다
새는 행복에 겨워서 노래하는 걸까
노래할 수 있으니 행복한 걸까
사람은 행복 속에 미소가 있는 걸까
사람은 미소 속에 행복이 있는 걸까
사노라면 무의미가 때론
더 큰 의미가 되기도 하듯이
있는 그대로 받아 드림이
행복의 지름길이 아닐까
어쩌다 그리워 저도
거두어야 할 하얀 그리움이라면
그리워질 때까지 그리워하자
어쩌다 해거름 끝의 슬슬한
외로움이라면 외로워질 때까지
외로워하자
강 물은 언제나 같은
강 물일 수 없다
빗물도 언제나 같은
빗물일 수 없다
늘 무채색 비 빛이지만
때론 기쁨으로
때론 슬픔으로
때론 색다른 삶의 풍치로
때론 무의미한 언어 속으로
때론 우수 속의 우수로
때론 빗소리로 조화를 이룬다
눈물 나게 아름다운
영혼의 황홀한 음악
그 소리를 들으며 고급스러운
권태에 젖는다
부드러움 느림의 미학
가련한 외침 나도 어느샌가
빗속의 비가 되어있다
당신을 향한 그리움
당신을 향한 그리움 만으로
세상을 잊기에 충분합니다
당신이 늘 그립긴 하지만
그립다는 그 말 한마디로
표현되기엔 내 마음이
무언가 허전합니다
하루살이 같은 절박한
그리움은 되기 싫은 까닭입니다
때론 다 하지 못한 말들이
더 아름다운가 봅니다
권태와 우수가 배어있는 눈빛으로
조용한 풍경을 바라봅니다
세상의 고요를 흔들고
어둡고 긴 너울을 가르며
부드러운 그대의 향기가
안개처럼 얼굴은 덥는다
그대를 만나러 가는 길에
늘 그득하던 연둣빛 풀물이
내 머리 위로 떨어지면
이 순간만은 행복하지
않아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