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 내리는 날
그리움의 부스러기가
사락사락
허기진 배를 채운다
투덜대던 시간도
상처 입은 마음도
치유되는 느낌에
하루가 따스해진다
다정한 몸짓으로
가장 낮은 곳에
꽃잎처럼 내려앉는
눈의 입김은
슬픔을 녹인다
발끝에 전해지는
금단의 울림을 가르는
하얀 발자국 하나
눈 오는 날의 풍경은
너무 따스하다
작은 인연
생긴 것도 살아가는 방식도
많이 다른 네 명의 여인이
주말 오후에 한정식 집에서
곤드레 돌솥밥을 먹습니다
분위기 있는 커피숍에서
각기 다른 메뉴의 찻잔을
앞에 두고는 정담을 나눕니다
인생길을 가다가 우연히 만난
깊지 않은 작은 인연들이라도
소중히 간직하고픈 바람입니다
어느 날 갑자기
며칠 전에도 사 먹었던 호떡,
그 호떡집 아저씨가 심장마비로
돌아가셨다고 한다.
조그만 포장마차부터 시작해서
터미널 옆에 가게를 얻을 때까지
부부가 함께 열심히도 사셨는데...
믿기지가 않는다.
이별은 이렇게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올 수도 있다는
사실에 더럭 겁이 난다.
산다는 것은 이렇게 매일
누군가와 이별하는 것인가?
이제는
그리 애쓰지 않아도
이제는 서로의 마음이
자연스레 보입니다
별일 없는 척할 땐
그냥 속아주는 척합니다
말해줄 때를 기다리면서
말해주지 않더라도
편안해지길 바라면서
그리움
마모되어가는 기억 저편의
사운대는 활자 하나가
물끄러미 나를 바라본다
향기로운 설렘이던가
아련한 추억이던가
알 수 없는 서툰 수줍음이
주변의 햇살을 삼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