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겨울은 이미 와있다

매마른 들판 휑한 바람소리

예전엔 입동이 오기 전에
이미 먼산엔 첫눈이 오고
얼음이 언다는 소식이
있었는데

요즘은 온난화로 인한
기온 변화로 조금씩
늦어지는 것 같다


먼산에 하얗게
눈이 서려 있다 는 건
겨울날 느낄 수 있는
또 다른 운치겠지


계절엔 아랑곳없이
사철 푸른 상록수들의
도도함과 당당함에

겨울도 바람도
주눅이 들었나 보다
오늘은 잠잠하다

철 모르고 기지개를 켜
망울 터트린 꽃망울은

이 겨울에 어찌 버티려고
참을성부터 배웠어야지

자연의 섭리를
어찌 역행하려고
겨울나기 쉽진 않을 터인데

순결한 그대여
오늘은 그리움 타고
함박눈으로 오셨네요

그대가 오시는 날이면
순백의 여인이 되는 날

눈물도 꽃으로
승화하는 날이지요

어둠도 밝음으로
환원하는 날이지요

그대는 성결한
선지자 같아요

범접할 수 없는 고결함에
숨죽이며 흔적만 남기지요

발자국으로 하나 두울
세월의 얼룩처럼

지울수록 점점 더
선명해지네요

 

지금은 집집마다 보일러가
있어 따뜻하게 한겨울을
날 수 있지만

예전엔 이맘때 집집마다
김장을 해야 하고 땔감을
준비해야 겨울을 따뜻하게
날 수가 있었다

방바닥 절절 끓어서
엉덩이가 뜨거울 정도였지만

외풍이 심해서
코끝도 시리고

발가락도 시렸던
기억이 있다

바람이 심한 날엔
문풍지 떨리는 소리에
무서워서 잠을
설치곤 했었다

사락사락 눈이 오는
날이면 그 소리가
너무 선명해서 꿈을 꾸고
있는 것 같기도 했었다

지금은 추운 걸 모르고
겨울을 나기가 일쑤지만

가끔 다가서는 이 허전함은
무엇으로 채워야 하나

서있으면 앉고 싶고
앉으면 눕고 싶은

게으른 심사들이
온몸을 휘감는 아침

그럴 바에 무엇하러
숨은 쉬니 숨도 안 쉬면
아주 편한걸

나태한 마음들이
나를 위태위태하게도
만든다는 사실이
정신 차리게 한다

일을 할 수 있다는
현실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잊을 뻔했다

성실하게 일해서 흘리는
땀방울의 매력을

느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르리라


거리의 가로수들은
한치의 흔들림도 없이

소신껏 자기 자리를
잘도 지킨다

외롭고 고독한 계절을
풍류라도 하듯이

꼿꼿한 그 모습이
부럽기까지 하다

지금은 내면을 충실히
알차게 다질 때라며

우리에게 무언으로
일침을 준다

비바람 몰아치면 치는 대로
눈보라 몰아치면 치는 대로

맨몸으로 부딪히며
그렇게 그렇게

님이 오실 날만
기약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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