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아픔에
가장 민감하다
조금 스친 상처에도 덧날까 봐
유별나게 엄살을 부리게 된다

사람들은 누구나 남의 아픔엔
무덤덤하다
상처가 덧나고 곪는 게 보여도
시간이 지나면 낫겠지
위로 아닌 위로를 선심 쓰듯
하게 된다

그 말에 더 상처 받는 가슴이
있다는 걸 직접 아파 본 후에
뒤늦게 깨닫게 된다

지금이라도 다행이라고
자조하면서 허무하게 깊어가는
어느 휴일 밤에 가장 쓸쓸한
미소 속의 주인공이 된다

아시나요

보고 싶어도 보고 싶다고
차마 말할 수 없고

잊고 싶어도 잊겠노라고
차마 말할 수 없는
물빛 사랑을 아시나요

눈을 감아도 깨어있고
어둠 속에서도 환하게 다가서는
영원일 수밖에 없는 별빛 추억을
아시나요

남은 세월은 눈물로 채운다 한들
남은 세월을 한숨으로 채운다 한들
용서할 수 없고 용서받을 수 없는
비 빛 그리움을 아시나요.

 

서러운 점 하나

잡힐 수 없는 허무한 희망은
꿈의 테두리만 맴도는 바람

놓아두고 싶은 시간의 섬엔
유유히 더 나는 가냘프고
서러운 점하나

누군가를 추억한다는 건
한 줌의 흩어 짐과
한 줌의 샘솟음.

마지막 사랑을
온몸이 으스러지도록
붉게 불태우고는
미련 없이 훌훌 떠나가는
가을의 뒷모습을
쓸쓸히 바라보다
알싸한 비바람에
고단했던 삶들도
후드득 떨어진다
 
가을이 내게도
손 내밀까 두려워
그림자 속으로 숨는다


따스한 날
 
창문을 열어도 좋을
적당히 상쾌한 바람과
보드라운 햇살이
 
사랑하는 사람의
포근한 품 같은
아늑함을 부여한다
 
따뜻한 목티를 입고
바람막이 재켓을 걸치고
 
앙상한 가지만 남은
벚나무 가로수 길을 걷는데
자꾸만 부끄러운 생각이 든다
 
몇 겹으로 껴입은 나 자신이
벚나무보다 더 벌거벗은 것 같은
이 느낌은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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