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이별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사랑의 시작이
애틋한 연민이었다 하더라도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상대방의 자잘함까지도
배려해주는 넉넉함이 있어야 하리라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보이는 화려한 모습보다
보이고 싶지 않은 남루함까지도
아껴줄 수 있어야 하리라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자신이 초라해지더라도
상대방이 근사 해지는 일이라면
바람처럼 허허로워지리라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마음을 비우는 일이
사랑하는 일이 될지라도
기꺼이 함께 해야 하리라

사랑의 결실
 
꽃을 피우기 위해
여러 날을 간절한 맘으로
햇살 바라기 했다
 
볕이 좋은 날엔
꽃망울이 도톰해지다가
한파가 몰아치니
또다시 움추러들었다
 
꽃잎 잎마다 벌어지기가
살을 에이는 일임을
예전엔 몰랐다
 
두 달을 그리움에
사무치게 하더니
드디어 핑크빛 사랑으로
은유의 날개를 펼칠 때
 
사랑의 힘은 위대하다는 걸
그댈 보며 깨닫는다

 


익숙한 이별

떠나보낼 땐 눈물 그렁그렁
영원히 잊지 않을 것처럼 굴다가도

돌아서면 아무렇지도 않게
밥을 씹어서 넘기고
우습지도 않은 일에 웃기도 한다

인생이 다 그런 거라고
자조하면서 무디어 가는
자신을 토닥여준다

어쩌면 가장 중요한 건
과거도 미래도 아니고
지금 바로 이 순간이기에

죽을 정도가 아니라면
그냥 삼키며 살아가는 거라고

그렇게 2월도 보내고
다시 3월을 살게 되리라


산다는 것은

산다는 것은
그리움을 쌓아가는 것이다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님들이
하나 둘 늘어가고

가슴에 지워지지 않는
별을 쓸쓸히 품는 일이다

산다는 것은
떠나는 자들의 뒷모습을
조용히 지켜봐 주는 일이다

오래오래 잊지 않고
기억해 주면서

한 생을 접는 일은
축복은 아닐지라도
거룩한 일인 것이다

끝자락
 
새로운 포부로
당당히 걸어온
새해 첫 달 
 
어느새 1월 끝 언저리에
망연히 서 있다
 
꿈이나 소망은
모퉁이에 밀어둔 채
매일을 살아가기 급급했다
 
하얀 백지 위의 첫 내디딤은
설렘에 떨고 추위에 떨고
조금은 힘겨웠지만
 
특별한 일 없이
무탈하게 살아온 것만도
얼마나 다행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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