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떠나는 소리

가을이 떠나는 소리는
어떤 소리일까

나뭇잎 떨어지는 바스락
거리는 소리

사르륵 사르륵
마당쓰는 빗자루 소리

담 넘어 감나무에서 떨어지는
홍시 소리

가을은 어느덧
끝자락에 와 있는 것 같다

지는 것도 서러운데
갈 길을 재촉하는

가을비는 꽃들에게는
보랏빛 눈물이 되리라

화려한 시절엔
누구에게나 눈길을
넘치게 받지만

떠나는 길은
누구나 공평하게도
초라하기 그지없어라

바라보는 것만도
아픔이 되기에

조용히 담담히
떠나가 주기만을
바랄 뿐이던가

 

가을비가 그리움처럼
외로운 이들 가슴속에
잔잔히 스며든다

가을비가 영원한
어머니의 사랑처럼

만날 수 없는
자식들을 향한

애틋한 온기로
잔잔히 적셔준다

오늘은 종일
내려줬으면 좋겠다

외롭지 않게
서럽지 않게
빗소리 듣고 싶다

 

두루 평화롭기를

유리창을 통해
우리가 원하는 만큼

안겨다 주는
가을 햇살이
익숙한 듯 낯익다

때로는 떠날 때
아름답게 떠나 줌으로

두루 평화롭기를
바라는 마음이
선물이 된다는 걸

겸손함이 단단한
바위도 깰 수 있다는 걸

바람이 꽃을 더듬듯
존재만으로 기쁨이라는 걸
가을을 통해 배운다.

 

 


이어달리기로 피었던
백일홍들이 이제는

피어났던 순서대로
질서 있게 사라지고

가로수 잎들도 하나씩
곱게 물들어간다

신의 은총으로
내려주는 빗방울이

이방인이 되어
대지 위를 두드리고

닫혀 있던 감성들이
초록 위로 올라온다

순백의 여린 순정으로
피어난 코스모스도

기다림으로 목이 메어
모가지를 축 늘어뜨리고
울고 있는가.

 

내 마음의 그릇

사람은 누구나
자신에겐 후하고
관대한 편이다

그 정도는 봐줄게
거기까진 괜찮아

물색없는 타협이나
친근한 허세들이

자신을 말랑말랑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아는가 모르는가

자작나무의 단단함을
배우고 싶다

산을 품고 살기엔
강을 담고 살기엔

내 마음의 그릇이
너무 작고 얇다

 

마지막 마음

고요히 불어 가는
오늘에 침묵한다

힘없이 지는 떨기 떨기
아픈 꽃잎처럼

단전 같은 이별은
마지막 마음처럼 만나면
차라리 따뜻하다

세월은 가고
발밑엔 가엾은
발자국만 남는다

쓰디쓴 밥 한 톨을
목구멍으로 넘기며

허공을 가르는
익숙한 사랑은
날 견디게 한다 

 

하나를 얻고자 하면
하나를 버려야 함은

공식적으로도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잃어본 기억 없이
취함만 경험한 사람은

얻은 것의 소중함을
못 느끼고 당연시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살아가면서 수많은
선택의 기로에
우리는 서게 된다

소소한 것에서부터
큰 것에까지


허전한 마음을
가누지 못해 바닥까지

내려앉은 하늘이
처량해 보인다

눈물이라도 쏟으면
허함이 덜할 텐데

아닌 척 흐린 마음만
짓누르며 견디려는가

그럴 바에야 그냥
맑은 척 하지
허함은 왜 보이나

바닥까지 다 보이고는
아닌 척하는 건

더 초라해지는 일인데
바보처럼 왜 모를까.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