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소바람

문틈으로 창틈으로
들어서는 황소바람이
전신을 훑고
 
따스한 체온을
당당하게 훔쳐간다
 
반가워하지 않아도
기세 등등하다
 
한겨울을 어찌 보내려고
벌써 이렇게 무기력한가
 
머리는 띵하고
코는 자꾸 울고
 
약 두 알을
입에 넣고는 
 
괜찮아질 거야
 
안도하는 자신이
측은해 보인다

 

겨울의 찬바람은
정신을 차리라 합니다 
 
손끝이 짜릿하게 시려와
일회용 커피 한잔으로
하루의 피로를 달랩니다
 
종이컵의 따스한 온기도
차가운 날엔 위안이 됩니다
 
누군가 말 한마디 하지 않고
그냥 곁에만 있어주어도
그 사람 체온만으로도 훈훈합니다
 
거기다가 따스한 한마디
말이라도 전해준다면
얼마나 포근해질까요
 
올겨울은 많이 춥다는데
말 한마디라도 정감 있게
주고받는 사람 냄새나는
겨울을 꿈꿔봅니다


겨울스러운 낯설은
스산한 느낌에
 
옷깃을 여며도
손끝이 시리다
 
양볼을 스치는
서늘한 기운은
차라리 신선하다
 
따스한 체온이 그리워진다
누구라도 곁에 있으면
 
말을 하지 않아도
존재 만으로도
위로가 될 것 같다
 
찬바람이 옷깃은
여미게 하지만
 
맘깃까지 닫게 하지
않았으면 좋겠고
 
올겨울은 훈훈했으면 한다

새벽에 열린 창틈으로
들어서는 서늘한 기운에
이불깃을 목까지 당긴다
 
살갗으로 닿는 차가운 느낌이
어제는 좋았는데
오늘은 싫다
 
목이 칼칼하다
맘깃을 채운다
 
떨어진 기온만큼
초록잎들이 갈빛으로
서서히 물들어가겠지
 
기다렸건만
기다린 만큼
뭉클하니 서러운 이유는 뭘까
 
계절은 섭리대로
다가왔다 떠나가건만
 
우리 인생은 떠날 때가
예고 없이 찾아오니
늘 두렵고 벅차다


외로운 사람은
더 외롭게 만들고
 
쓸쓸한 사람은
더 쓸쓸하게 만드는
낙엽비가 내려요
 
가을이 이별이 아쉬워서
흘리는 눈물인가요
 
바라보는 눈가에도
이슬이 맺히네요
 
가을의 끝엔
겨울이 또 기다리겠지만
 
스산한 바람이
벌써부터 옷깃을
여미게 하네요
 
김광석의 담담한 목소리가
초저녁 밤을 가득 채워주네요

어둠을 밝히며
하나둘씩 커져가는
가로등 불빛들
 
그 너머에
굴절된 그리움
하나 있다네
 
뱅글뱅글 돌아가는
네온사인 불빛 속으로
허기진 하루가 부서지고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 되면
 
길 잃은 애타는 마음도
뜰 안으로 찾아들까
 
언제나 빗장 열고
기다려주는 이 있다는 걸
그대는 아시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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