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새의 쉼터

주인공 없는 감나무에
참새떼가 주인공 행세한다

눈치 볼 필요 없어
마음껏 여유작작한다

외로웠던 감나무가
나그네들을 좋아라 한다

많이 외로웠다네
많이 쓸쓸했다네

북적북적 사는 것 같다며
오랜만에 기지개도 켠다

떠날 때는 인사도 없이
갈 거라는 걸 알면서도

편히 쉬어가라고
쉼터를 내어준다

그리움에도 외로움에도
익숙해져 버렸기에

 

 

새벽에 열린 창틈으로
들어서는 서늘한 기운에
이불깃을 목까지 당긴다

살갗으로 닿는 차가운 느낌이
어제는 좋았는데
오늘은 싫다

목이 칼칼하다

맘깃을 채운다

떨어진 기온만큼
초록잎들이 갈빛으로
서서히 물들어가겠지

기다렸건만
기다린 만큼
뭉클하니 서러운 이유는 뭘까

계절은 섭리대로
다가왔다 떠나가건만

우리 인생은 떠날 때가
예고 없이 찾아오니
늘 두렵고 벅차다

 

 

 

예전에
고향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사뿐사뿐 가벼웠다

홀로 계신 어머니만
남겨두고 돌아서는
발걸음은 무겁기만 하다

차마 발길이 안 떨어져
자꾸만 자꾸만
뒤돌아보게 만든다

하나라도 더 챙겨주려고
보따리 보따리 싸시느라
정신이 없으신 어머니는
서운한 맘 느낄 겨를이 없다

차가 멀리 떠난 후에야
허전함에 한참을 그대로 서계신다

이제 또 언제 보려나
차가 많이 안 밀려야 할 텐데

오직 자식들을 위해
평생을 헌신하시고도
그 맘은 언제나

끝이 없으시다

 

 

어제까진 그리
슬프지 않았던
음악이 이아침엔
나를 울린다

흐린 날씨 탓이라고
치부해본다

살아갈수록 어려운 일이
자존심을 지키며
살아가는 것이다

대충대충 살아가면
편하고 좋으련만

그리 쉽지도 만만하지도
않은 게 인생이다

나한테만 그런 게 아니라
누구에게나 그러한 것이니
얼마나 공평한가

그저 살아갈 뿐이다
살다 보면 눈부신 날도
무너지는 날도 오겠지

 


누군가와 부대끼며
살다가 보면 한 번쯤은

혼자이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군중 속의 고독이 주는
외로움의 무게는

삶을 무기력하게도
의욕을 상실하게도
만드는 요소가 된다

모든 걸 던져두고
마음이 이끄는 대로
고독한 나와 만나야 한다

온전히 나만을 위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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