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저녁

어둠이 시나브로 찾아듭니다
텅 비었던 아파트 주차장에
하나 둘 퇴근하는 차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사랑하는 우리 그이는
언제쯤 오시려나
목을 빼고 기다립니다

밥 끓는 냄새가 향긋하니
살아있다는 걸 감지하게 합니다

인생을 몇 바퀴 돌고 돌아오면
제자리가 가장 아름답다는 걸
깨닫게 되는가 봅니다

언제나 든든하게 내 곁에서
변함없는 눈빛으로 마음결로
함께 해줄 가족이 있어
행복한 저녁입니다

 

 

 

꿈속에서 깨고 보니
반나절이 지나 있다

위층에서 쿵쿵 거리는
층간소음으로 조금씩
현실로 돌아온다

꽃 무더기 찻잔에
온전히 나를 위한
차를 준비한다

긴 터널 속으로
빨려 들어가게 만드는

야릇한 감성을 자극하는
야니 곡을 듣는다

야밤에 어울리는 곡을
나른한 오후에 듣는
색다른 묘미에 빠져도 본다

음악이 살아 숨 쉬고
심연 깊은 곳에서 꿈틀거리는
맑은 내 영혼을 만난다


포근한 휴일 오후의
여유로움을 향이 좋은
차 한잔과 함께 누린다

한 모금 음미하니
스멀스멀 퍼지는 느낌이
낯설지 않아서 좋다

한잔으로는 뭔가 부족해서
연거푸 두 잔을 마시고는
멍하니 창밖을 응시한다

휴일이라 차들의 행렬도
사람들의 소란스러움도
잔잔히 울려져 온다

휴일 행인들은
어디로 가는 걸까

휴일 창밖을 바라보며
나는 뭘 하고 있는 걸까

 

 

사람마다 속내를 알고 보면
누구나 아픈 사연 하나씩은
가슴에 품고 사나 봅니다

누구에게라도 속시원히
털어놓으면 후련해지려나

똑같은 인생살이 살아가면서
왜 이리 아파야 하는 건지

여자의 일생은
예나 지금이나
참고 또 참아야 하는 건지

이별주 한잔을 마시고
겨울 나그네가 되어
황량한 거리를 배회합니다

하루살이들은 하루를
살면서 평생을 건다

우리에게도 하루는
그리 짧진 않다

역사적인 사건이
일어나기에도 충분하고

첫눈에 반해서 불꽃같은
사랑을 속삭일 수도
있는 시간이다

무슨 일이든 적절한
기회 포착이 중요하다

일분일초도 귀하고
소중하게 다룬다면

스스로에게 당당할 수 있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자연은 공평하다

여름엔 그늘이 좋아라
바람이 좋아라 합니다

겨울엔 햇살이 좋아라
바람은 멈추어라 합니다

자연은 공평합니다
양지와 음지는 공유합니다

서로 계절에 따라
입장이 바뀌면서 서로를
존중해주나 봅니다

우리네 인생살이도
그러하지 않을까요

위로 쳐다보면 끝간데를
알 수 없겠지만

나보다 낮은 곳에도
많은 이들이 존재한다는 걸
잊지 말고 위안으로 삼고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
건승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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